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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진 NOW ]
  • 입력 2017.05.10 11:05

#8. 멍청한 기업 vs 똑똑한 기업

CSR의 성공은 똑똑한 기업이라는 증거

 

CSR논의에 있어서 가장 일반적이고, 대표적인 이론 중 하나가 캐롤(Archie B. Carroll)교수의 CSR피라미드 모델인데 이 모델을 통해 캐롤 교수는 기업의 책임영역을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자선적 책임의 네 가지로 정의 한 바 있다. 한편, 경영전략의 대가로 알려진 마이클 포터 교수는 기업의 사회에 참여하는 정도와 방식에 따라 대응적(responsive)CSR(기업이 사회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수행하는 활동)과 전략적(strategic)CSR(기업이 사회의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활동)의 두 가지로 범주화한 바 있다.

지금부터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이러한 이론적 틀을 기반으로 기업에 대한 사회의 요구와 기대측면에서 CSR의 바람직한 실행방향을 살펴보는 것이다. 여기 세 종류의 기업이 있다. 바로 한심한 기업, 멍청한 기업, 똑똑한 기업이다.

사회적 관심이나 이해관계자의 기대와 연결 지어 단순화시켜 보면, 네 가지 영역, 즉 불법영역, 위험영역, 기회영역, 비효율영역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모든 기업의 경제, 사회, 환경 측면의 활동들은 이러한 네 가지 영역 어딘가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다. 또 그 위치에 따라 한심한 기업, 멍청한 기업, 똑똑한 기업으로 나누어지게 된다.

먼저, 불법영역과 위험영역에 위치하는 기업들은 한심한 기업으로 분류된다. 기본적인 법규를 준수하지 않는(또는 못하는)행위가 존재하는 기업은 쉽게 말하면 불법적인 활동을 하는 기업이다. 제품의 생산과 판매,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 불공정한 활동을 하거나 회계부정과 같은 비리를 저지르는 경우, 환경관련 법규나 노동관련 법규를 위반하는 경우 등이다. 이런 경우에는 기업 활동에 관한 법적인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법적인 정당성을 심각하게 상실한 기업의 최근사례로는 배기가스 배출 조작으로 전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폴크스바겐 그룹을 들 수 있다. 법과 규제는 사회 내에서 공식적으로 합의된 최소한의 원칙이자 강제성을 지닌 규범으로 기업이 법과 규제를 준수하는 것 자체가 기본적 CSR의 출발점임을 인식한다면 기업이 법과 규제를 위반하는 것은 한심한 기업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이처럼 불법영역에 위치한 기업뿐 아니라 위험영역에 위치한 기업도 문제다. 위험영역이란 기업이 기업경영에 대한 최소한의 정당성을 확보,유지하기 위해 제반 법규를 준수하는 것 이외에 한걸음 더 나아가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나 사회적 기대에 못 미치거나 심한 불일치로 인해 사회적 비난과 기업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위치를 말한다. 보통 이해관계자의 요구와 사회적 기대는 법이나 규제를 통한 요구보다 높아 어떤 기업이 법규를 준수하더라도 사회적인 기대에는 미치지 못할 소지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과거 남양유업 영업직원의 대리점주 욕설 파문과 그 이후 일러났던 소비자들의 제품불매 파장, 대한항공 부사장의 승무원에 대한 기내 폭행사태와 그로 인한 사회적 비난과 조소 등이 위험영역에서 벌어지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불법영역과 위험영역에 있는 기업의 활동과 달리 기회영역에 있는 기업은 똑똑한 기업이다.
기회영역은 기업이 이해관계자와 사회로부터의 기대수준을 넘는 CSR을 전략적으로 실행 하는 경우가 해당한다. 물론 현실에서는 위험영역과 기회영역의 구분을 칼로 무 자르듯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원칙적으로 사회의 기대를 웃도는 수준의 CSR을 지속해서 실행하면 더 높은 명성과 함께 새로운 사업기회 창출이나 경쟁력 향상의 기회들도 찾아올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멍청한 기업이다. 이는 비효율영역에 있는 기업들의 활동을 말한다. 비효율영역은 CSR을 위한 자원배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영역으로 좋은 평판을 강화하고, 경쟁력과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계속해서 CSR에 투자하는 비용과 자원을 늘려야 하는가의 이슈와 연관돼 있다. 어느 수준까지는 그렇지만 아무리 잘 나가는 기업이라도 인적, 물적 자원투입과 활용에는 한계가 존재하는데 이를 전략적으로 판단(고려)하지 못하면 해당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결국 책임 있는 기업으로 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위에서 얘기한 네 가지 영역에서 조직의 역량을 충분히 갖춰야 한다. 법규준수는 사실상 모든 기업이 지켜야 할 명문화된 기대치이고, 또 위반결과에 따른 결과가 확실하므로 준법의지가 강한 기업이라면 불법영역을 피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비효율영역 역시 이윤과 전략적 선택을 기본으로 하는 기업의 특성상 이를 해소하는 것은 그렇게 난해한 문제는 아니다.

반면에 가장 어려운 일은 현실 속에서 사회와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수준을 파악해서 적절히 대응해야만 하고, 사회적 책임이슈가 가장 많이 잠재해 있으면서 예측하기도 힘든 위험영역과 기회영역을 관리하는 일일 것이다. 따라서 CSR의 성공여부는 조직이 위험영역과 기회 영역에서 얼마나 체계적이고 진정성 있는 전략과 활동을 보이느냐에 달려 있고, 바로 이것이 똑똑한 기업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게 되는 바로미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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