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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진 NOW ]
  • 입력 2016.08.30 01:08

[여름휴가기 공모전 당선작] 여름휴가가 되어버린 친척모임

유진에이엠씨 박근실

유난히도 더운 올 여름! 정말이지 ‘살인 더위’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하다. 5월부터 시작된 30도의 열기가 8월까지도 34~35도를 넘나드는 등 여전히 이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때문에 이게 정말 한국의 여름인지, 열대기후의 한국인지를 분간하지 못하게 한다. 사계절 중에서도 여름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다. 원체 땀도 많고 더위도 많이 타는 내게 여름은 병든 닭처럼 지낼 수 밖에 없는 계절이기에 여름은 신이 내게 내려준 재앙 같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때문에 모두들 여름엔 이런 더위를 피해 ‘피서(避暑)’ 라는 걸 간다. 검정 선글라스에 멋진 옷에 캐리어를 끌고 비행기 티켓을 자랑삼아 부채질 하며. 또 어떤 이는 무더운 땡볕아래 텐트를 치고, 혹은 계곡의 나무 그늘 밑을 차지하고 앉아 고기를 구워 먹기도 한다. 나도 이런 대열(후자)에 속하지 않고 싶지만 상황이 또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되어 실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행복해하며 웃는 모습을 생각하면 이것 또한 보람이 되어 원하진 않던 일정이었지만 후회가 되지는 않는다.

   
   
 

첫째 날- 선약을 포기하고 갑작스레 통보받은 친척모임을 광양에서 마치고 저녁을 먹은 후 가족들과 함께 이순신 대교를 달려 봉화산 전망공원으로 산책을 갔다. 아이들 큰 고모부 말에 의하면 전망이 아주 좋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다. 숨을 헉헉대며 비오듯 땀을 흘리며 1~2km정도를 올랐다. 가로등 불빛에 풍뎅이와 사슴벌레들이 엉겨 붙고 이름 모를 나방들은 걸음을 재촉하듯 날갯짓을 했다.

계속되는 오르막에 지쳐갈 때쯤 도착한 전망대에서는 묘도(하늘에서 보았을 때 고양이가 엎드려 있는 모양으로 밤에 찾아가 실제로 그런 모습을 보지는 못했지만 낮에 보았다면 그런 형상이었을 듯 하다)의 야경과 이순신 대교가 함께 어우러진 풍경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순신 대교(현수교)는 2.26km로 국내에서는 최장, 세계에서는 4위의 길이라고 한다. 또한 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는 시순신 장군의 탄신을 의미하는 1,545m로, 알수록 거대함이 느껴지고 이순신 장군의 위엄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전망대에 불었던 바람은 힘겨웠던 땀을 말려주며 역사의 위대함을 잊지 말라고 등을 토닥이는 것만 같았다.

둘째 날-내가 생각한 여름 휴가란 이번만큼은 아이들과 함께 유럽풍의 푸른 하늘과 바다를 뛰노는 상상을 했으나, 결국은 지리산 피아골의 제일 높은 골짜기에서 4시간 정도를 보내고 일상으로 복귀를 했다. 즐거움보다도 보람과 맑음, 시원함이 공존했던 올 여름휴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즐거워했고, 시원한 피아골의 계곡물이 더위를 잊게 했으며, 복잡한 머리의 생각까지도 정화해준 것 같다.

   
   
 

과히 이런 여정들이 내가 계획한 휴가는 아니었지만, 소소함에서 찾은 것들이 진정한 소중함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 주었다. 또 한편으로는 지금도 휴가 없이 더운 태양 볕 아래 사투를 벌이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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