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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진 NOW ]
  • 입력 2019.05.03 13:59

[가정의 달 수기] 나의 든든한 버팀목, 가족

이유진 업무팀장 (유진투자증권 포항지점)

베트남에서_ 엄마, 나, 아빠, 그리고 동생

가족이라고 해봐야 엄마, 아빠, 남동생에 나까지 넷뿐인데 다 함께 여행 한 번 가기가 왜 그렇게 어렵던지. 결혼하기 전에 가족여행을 한 번은 가야겠다 싶어서 안식휴가를 받아 베트남 다낭으로 떠났다.

성격이 하도 꼼꼼한 탓에 온 가족의 항공권을 끊는 것부터 세세한 일정을 짜는 것까지 스스로 스트레스 받았던 게 사실. 아직 노처녀가 아니라고 자부하고 있음에도 ‘노처녀 히스테리’가 이런 건가 싶을 정도로 세상 짜증을 내며 준비했다.

3월의 베트남은 찜통에 다름없었다. 꼼꼼한 나답게 빠르게 환전소부터 찾아 들어갔는데 아뿔싸, 환전소 직원이 우린 눈을 속여 교묘하게 바가지를 씌웠다. 당황한 표정으로 모자란 지폐를 세고 또 세던 그 때, 계산기를 꺼내든 결연한 표정의 아빠가 등장했다. 후다닥 숫자판을 두들기며 바디랭귀지로 항의하는 아빠의 기세에 우리를 속였던 환전소 직원은 결국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금액을 손에 쥐고나니 아, 우리 아빠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는 생각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문제는 숙소에서도 터졌다. 고층을 배정해달라고 수없이 이야기했음에도 기어이 하수구 냄새가 폴폴 풍기는 저층을 받았다. 자, 이번엔 엄마가 나설 차례. 고작 이런 방에 묵으려고 4개월의 연구(?) 끝에 이 호텔을 고른 게 아니라는 당당한 항의에 호텔은 의외로 순순히 고층 방을 우리에게 내어주었다. 세상물정 모르고 순하디 순할 것만 같던 우리 엄마에게 이런 터프한 면이 있었나 싶으면서도 정말 든든했다. 엄마 덕분에 고층 방에서 매일 밤 다낭 시내의 야경을 즐길 수 있었다.

여행 준비에 공을 들였던 건 사실 내가 엄청난 길치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는 동생이 등장할 차례. 동생은 내겐 없는 탁월한 방향감각으로 갈 곳을 척척 찾아냈다. 평소에 남동생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여동생이나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불평하곤 했는데 완전히 다시 보게 됐다. 찜통 같은 3월의 베트남에서 길을 헤매지 않게 해준 것만으로도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앞서도 고백했지만, 여행을 가자고 해놓고도 정작 혼자 준비를 도맡게 되면서 한껏 뾰로통했었다. 여행을 가기 전까지는 분명히 그랬다. 하지만 여행지에서의 새로운 경험들이 내 생각을 바꿔놓았다. 새삼, 우리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았다. 나만 나서 고생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반대였다. 생색은 내가 냈지만 그 뒤를 조용히 지지해준 것은 바로 내 가족이었다.

늘 곁에 있어 오히려 소중함을 몰랐던 내 버팀목, 가족. 이제는 생색을 내기보다 고객을 대하듯 정성어린 마음으로 대하려 한다.

늘 거기 있어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우리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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