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21세기 글로벌 시대는 기업에게 수익창출과 주주가치 창출, 노동시장 제공이라는 역할에 만족하지 못한다. 이제 기업은 경제적 가치 창출을 넘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이른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활동이 요구되고 있다.
CSR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단순히 사회적 가치창출 이라는 책임완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CSR활동이 기업에 대한 태도나 이미지 향상, 기업명성, 고객중심의 경영, 우수한 인적자원의 확보, 투자자 유인, 지역사회의 만족감 증대, 위기관리 등 커뮤니케이션과 기업 활동의 성과를 높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경제위기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2015년 사회공헌 백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255개사) 사회공헌 활동에 2조 9천억 원 이상을 지출하였다. 이는 전년대비 6.8% 증가한 수치다. CSR 활동의 내용측면에서도 단순 기부에서 탈피하여 기업이 가진 역량과 사회적 요구를 연계시켜 시너지를 창출 하는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개념이 미국 학계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부터이다. 주주자본주의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에서 이 분야의 연구가 본격화됐다는 것은 다소 의외지만 나름의 이유도 찾을 수 있다. 당시 유럽이나 일본은 전후 복구사업에 여념이 없었고, 애당초 이해관계자(stakeholder)를 중시하는 경제체제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CSR이 당연시된 측면도 있었다. 실제로 전 세계의 다국적 기업들을 대상으로 CSR을 평가한 결과를 보면, 유럽기업들이 미국 기업들보다 오히려 높은 점수를 받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를 비롯해 사회구성원들이 기업에 대해 기대하는 경제적, 법적, 윤리적, 자선적 책임에 부응 하면서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것으로 개념화 할 수 있다.
즉, 기업에게는 단계별로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자선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제1단계 경제적 책임은, 제품과 서비스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생산하고, 이윤을 남겨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기업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이다.(이윤 극대화, 고용창출 등). 1단계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기업(시장에서 생존하지 못하는 기업)에게는 어떠한 사회적 책임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2단계인 법적 책임은 기업이 속한 사회의 법을 지키는 것으로 이 역시 기업이 당연히 지켜야 할 의무이다. 여기에는 회계투명성, 성실한 세금납부, 소비자 권익보호 등이 있다.
3단계인 윤리적 책임이란 법으로 강제되지는 않지만 기업의 경영활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했을 때 윤리적으로 타당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종업원에 대한 대우나 윤리규범 준수, 환경경영, 제품안전 등 광범위한 활동이 여기에 포함된다.
마지막 4단계인 자선적 책임이란 기업의 직접적인 경영활동과는 별개로 이루어지는 자선 활동이나 지역사회 공헌활동을 의미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표적 분야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CSR영역 중의 일부이다. 물론 기업의 책임이 반드시 위에서 언급한 1단계에서 4단계로 순차적으로 확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사회적 관심과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분야는 3단계와 4단계에 해당하는 윤리적 책임과 자선적 책임이라는 보다 높은 차원의 책임의식인 것이 사실이다.
단계별 CSR의 개념적 정의는 이처럼 단순화, 유형화시킬 수 있지만 복잡한 비즈니스 현장에서 기업이 여러 단계의 책임을 어떻게 조화시킬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법과 사회규범 자체가 시대상황에 따라 급변하고, 사람들의 기대와 요구수준도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책임을 표방한다고 해서 아무 기업이나 그것을 잘 수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이미지 개선이나 홍보 차원의 사회공헌만으로는 사회문제 해결이나 기업경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 차원 높은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려면 우선 기업의 CSR비전이나 핵심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고, 사회이슈에서 발생하는 기회와 위협요인을 파악하는 내부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고유역량과 이해관계자들과의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능력도 필요하다.
결국 사회구성원들이 염려하고 있는 사회문제나 지구적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해결방안을 내놓는 기업에게 앞으로 더 많은 역할과 성장의 기회가 주어질 것임은 자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