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한일합섬의 ‘30년 다름’을 만나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면서도 유독 헷갈리는 말 중에 ‘다르다’와 ‘틀리다’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이 두 단어는 엄연히 사용처가 다릅니다. ‘다르다(Different)’는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동시에 공감의 여지를 열어두는 반면에 계산이나 사실 관계가 잘못된 ‘틀리다(Wrong)’은 흑백논리를 적용해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데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직장생활에서 수많은 ‘다름’을 경험합니다. 하지만 자신과 받아들임이 다르다고 해서 그것을 틀렸다고 하지는 않습니다. 피부색이 다르다고 하지 틀렸다고 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죠. 동료와의 관계는 ‘맞다’, ‘틀리다’ 두 가지로 단정 지을 수 없는 복합적인 요소가 들어갑니다. 상대방의 생각, 가치관, 의견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우리의 마음은 더 넓어지고 여유로워질 것입니다.


1991년과 2020년의 신입사원이 만나다

지난 2월 15일 유진한일합섬 의령공장에서 30년의 시간을 뛰어넘은 두 신입사원을 만나보았습니다. 여기 두 사람이 만나 전하는 30년 전과 지금의 ‘다름’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러 가실까요?

 

“30년이라는 시간의 차이“

곽승렬 사원
선배님 안녕하세요? 매일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려니 조금 부끄럽네요. 선배님께서는 입사 하신지 30년이 넘었다고 들었는데 어떤 계기로 회사에 들어오게 되셨나요?

 

정현주 대리
승렬씨 반가워요. 제 나이에 비해 회사 근속년수가 조금 많은 것 같죠? 우리 공장이 대구에 있었을 때 회사에서 설립한 한일여고라는 학교가 있었어요. 학교와 직장생활을 같이 병행하는 시스템이었는데 고등학교 1학년 때 입사를 한 거니까 직장생활이 빠르게 되었네요.

 

곽승렬 사원
저는 재작년에 신입으로 입사해서 선배님들이 잘 챙겨주셔서 회사생활에 적응하는데 어렵거나 불편한 점은 없었는데 선배님께서 입사하셨을 때도 그런 분위기였나요?

 

정현주 대리
그 당시 제가 고등학생이어서 그런지 선배들이 굉장히 어려웠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은 회사생활과 관련해서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때는 상사 분들의 눈치를 보는 경우가 많았고 가르쳐 주시는 대로 따라 하기에도 바빴어요. 일종의 군대문화라고 할까요? 학교에 가면 선배들이 있었고 또 장소만 이동해서 회사에 오면 똑같은 언니들이 있었으니 선배들을 깍듯하게 대했던 것 같아요.

 

곽승렬 사원
지금하고는 정말 많이 다르네요. 요즘은 그런 문화가 많이 없어졌어요. 제가 사무실에서 막내이기는 하지만 막내라는 위치보다 회사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업무에 대해 얼마든지 의견을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거든요.

 

정현주 대리
그렇죠. 요즘은 상무님 눈치보고 퇴근하는 문화는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공장장님이나 부장님께서 먼저 퇴근을 하셔야 순서대로 퇴근을 할 수가 있지 지금처럼 막내 직원이 먼저 가방 들고 퇴근할 수 있는 문화는 아니었어요.

 

곽승렬 사원
지금은 자기 업무만 끝나면 퇴근해도 눈치 주는 분이 없거든요. 팀마다 업무가 다르고 개인마다 주어진 일이 다르니 퇴근은 상사 눈치보다는 제 업무를 고려해서 스스로 판단해요.

 

나이는 달라도 우리의 목표는 하나거든요“

정현주 대리
승렬씨는 현장에서 나이 차이가 많은 선배들하고 같이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어려운 점은 없나요?

 

곽승렬 사원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가 좋은 제품을 만들자는 목표는 같아서 크게 어려운 점은 없어요. 다만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다 보면 선배들은 논리보다는 ‘나 때는 말이야’ 처럼 경험을 우선시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물론 경험이 논리를 우선할 수 있고 경륜은 인정받고 존중 받아야 하지만 일을 하다 보면 과거와 현재는 다르고 그 안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많거든요. 선배들이 조금 더 열린 마음을 가지고 편견 없이 이야기를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정현주 대리
저희 때는 보수적이면서 연공서열에 의한 문화가 지배적이었는데 요즘 젊은 후배들하고 같이 일을 하다 보면 자기 표현이 적극적이고 개성이 강한 측면이 있는 것 같아요. 자유롭고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후배들과의 세대적이고 문화적인 차이를 인정하지만 어떤 때는 저희와 전혀 다른 사고방식에 당황스러울 때가 많은 게 사실이에요.

 

곽승렬 사원
선배님의 우려 섞인 말씀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MZ세대라고 모두 다 그런 거라기 보다는 어떤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개인적인 성향의 차이가 크지 않나 싶어요.

 

변화를 받아들이는 방법“ 

 

곽승렬 사원
선배님은 컴퓨터가 아닌 주판 세대시죠?

 

정현주 대리
어머 저 그렇게까지 나이 들지 않았어요. 주판이 아니라 계산기 세대예요. 제가 회사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전산화가 안 되어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그래서 노트에 줄을 그어 적기도 하고 먹지라고 불리는 흑지를 종이 뒤에 기록하기도 했어요.  옛날에는 장부기재를 많이 했거든요. 일지라든지 거의 대부분의 문서가 수작업이었어요.

 

곽승렬 사원
수기로 작업을 하다 보면 오류나 고쳐야 할 것들이 많지 않았나요?

 

정현주 대리
지금은 엑셀로 한 번에 정확히 계산이 되지만 당시에는 단순계산이라도 틀릴 수가 있었으니 한 번 하고 나서 몇 번씩 검사를 반복했어요.

 

곽승렬 사원
컴퓨터도 여러 번 세대가 바뀌었는데 적응하기 어려우셨을 것 같아요.

 

정현주 대리
제가 배우고 적응하는 게 빠른 편이거든요. 농담이고요. 업무에서 자주 사용하는 워드나 엑셀 같이 매일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은 기본적인 것만 알면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는데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자주 나오니까 점점 따라가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수박 겉핥기 식으로 기본적인 것만 알지 이를 활용해서 뭔가 새로운 걸 하는 것은 아직도 버거워요.

 

곽승렬 사원
물론 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저희 세대는 기본적으로 이미 학교에서 다 배우고 또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그때그때 인터넷을 찾아 배울 수 있어 금방 적응이 가능하거든요. 회사에 ERP가 처음 도입되었을 때 선배님들께서 편리함에는 공감하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다고 들었어요.

 

정현주 대리
그때 기억이 나네요. 과거에 수기작성 하던 분들이 ERP로 바뀌면서 모니터 보고 키보드로 입력해야 하니까 낯선 근무환경에 어색하기도 하고 특히 나이가 많으신 직원들은 처음에 적응하느라 무척 힘들어 하셨어요. 그래서 그런지 변화에 대한 거부감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세대간의 교집합을 찾다 “회사는 함께 하는 곳”

곽승렬 사원
선배님은 카카오톡을 안 쓰신다고 들었어요.

 

정현주 대리
저는 핸드폰을 주로 전화 용도로만 쓰고 있어요. 카카오톡을 쓰지 않아도 크게 불편한 점도 없고 간단한 내용을 주고 받는 거는 카카오톡이 없어도 문자만으로도 충분하거든요. 물론 주변 사람들이 답답해 하는 경우는 많아요.

 

곽승렬 사원
저는 일상적으로 전화보다는 카카오톡이 훨씬 편해요. 글로 보니 이해하기도 편하고 어떤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기도 쉽거든요. 제 업무 특성상 현장이 24시간 돌아가니까 퇴근 후 야간이나 주말에 연락 오는 건 피곤하기는 하지만 그건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고 편리한 부분이 훨씬 많기 때문에 활용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오히려 이제 업무를 하는데 카카오톡이 없으면 답답할 것 같아요.

 

정현주 대리
물론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가 편리한 부분도 있지만 초성이라든지 줄임말이 너무 심하다 보니 점점 소통도 힘들고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경우도 많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격의 없이 소통하는 것과 예의는 또 다른 문제거든요.

 

곽승렬 사원
저도 선배님 말씀에 동감해요. 직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을 하는 곳이고 서로를 존중하는 예의를 갖춰야 업무도 원활하게 진행되잖아요. 업무능력도 중요하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아! 그리고 인성도요.

 

정현주 대리
맞아요. 회사생활이라는 것이 혼자가 아닌 대부분 같이 어울려서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맥락에서 후배들이 책임감 못지 않게 ‘같이’의 가치를 느끼며 더불어 일하고 생활하는 공간으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어요. 회사는 우리가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인데 회사 생활이 즐겁다면 인생도 즐거워질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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