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날씨에 왜! 굳이! 꼭! 지금! 여름휴가를 가야만 하는가, 늘 혼자만의 딜레마에 빠지곤 했다.
그래서 올해는 과감히 바다, 수영장, 계곡을 다 제쳐두고 여름이면 관광객이 조금은 줄어드는 경주 황리단길로 혼자만의 휴가를 떠났다.
날씨가 좋을 때는 이곳만큼 좋은 관광지가 없는 터라 사람에 떠밀려 다니곤 했는데, 햇살이 강렬한 7월중순의 경주는 제법 조용히 걸을 만 했다. 주차한 곳에서 최소한의 동선으로 움직이고 싶어 미리 계획을 짜두었고 로봇처럼 계획된 데로만 움직여보았다.
경주에 들를 때면 항상 방문하는 서점에 가서 지인들에게 선물할 책, 나를 위한 책들을 한참 고르며 더위를 식히고, 사장님이 추천하는 베스트셀러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평소엔 느낄 수 없었던 여유를 느끼니 이런 게 바로 행복인가 싶어 실없는 웃음이 났다.
학창시절에 수십 번 가보았던 불국사, 첨성대는 패스한 대신 요즘 핫하다는 황리단길 한옥 맛집들을 검색해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것 같은 신비로운 분위기에서 맛있는 점심도 먹었다. 누군가 경주여행에 대해서 추천을 부탁한다면 이곳을 꼭 추천해 주고 싶다. 맛도 맛이지만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아주 확실한 장소이기도 하다. 하하^^
점심을 든든히 먹은 후 급격하게 뜨거워진 날씨에... 대릉원 방문을 망설이다 그래도 경주까지 왔는데 싶어 입구를 찾아 얼른 들어가보았다.
예상과는 달리 나무그늘이 많아서 시원하게 느껴져 제법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겠다. 땡볕이 내리쬐는 황리단길 길거리에는 사람이 없어 경주가 망한 게 아닌가 싶더니, 대릉원 앞에는 사진을 찍으려고 몰려든 사람들로 긴 줄이 이미 형성돼있었다. 그늘을 찾아 여기에 다 모인 모양이다.
차마 저 긴 줄 뒤에 서 기다렸다 사진을 찍을 이유를 찾지 못한 나는 멀리서 대릉원을 배경으로 셀카하나를 간단히 찍고 뜨거운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음을 스스로 인증했다.
대릉원에서 나와 담벼락 앞에 주차해 둔 차로 걸어가던 중... 셀카가 저장이 되지 않았음을 발견하고..ㅠㅠ 허망하지만 다시 들어갈 용기는 나지 않아 담벼락과 대릉원을 배경으로 어설프게 한 컷을 담아봤는데 생각보다 예쁜 사진이 나와서 또 별거 아닌 일에 잠시 행복해졌다.
휴가라는 것은 그런 것인가 보다. 평소에 늘 보던 풍경 속에서 여유를 느끼며 행복을 찾는 것. 행복이라는 두 글자로 나를 채우는 시간.
내년에도 나는 형식적이지 않은 나만의 휴가를 계획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