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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진 NOW ]
  • 입력 2019.05.27 17:06

[가정의 달 수기] 나의 청개구리

이문주 업무팀장 (유진투자증권 대전지점)

“생일축하 안 합니다~♪ 생일축하 안 합니다~♩ 안 사랑하는 우리엄마~♬ 생일축하 안 합니다~ 안… 후우~”

이 요상한 노래는 올해로 네 살 난 아들내미의 청개구리 생일축가다. 주관이 강해지면서 고집을 부리고 매사에 떼쓰기 시작하는 시기이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최대의 고민인 미.운.네.살. 드디어 우리 가족에게도 그 달콤살벌한 시기가 도래하고 말았다.

주말에 가족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남편과 나는 ‘忍(참을 인)’ 자를 마음 깊이 새기고 청개구리 아들의 비위를 맞추느라 진땀을 뺀다. 오늘은 이 장난감을 가져가야 하고 양말은 레인보우 컬러로 맞춰야 하며 신발은 화이트로, 모자는 뒤집어 쓰고야 말겠다는 아들의 주문에 동공이 흔들린다. 짐작도 안 가는 이유로 세상 떠나가라 악다구니를 쓰고, 엄마의 ‘위험해, 안 돼’ 한 마디에 삐쳐서 자기 방에 틀어박히는 아이를 대하면서 육아 스트레스의 최고봉을 매일 경신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가 잠들고 ‘육(아)퇴(근)’ 후에 신랑과 맥주잔을 나눌 땐 아이 때문에 힘들었던 얘기보다 재미있었던 얘기에 바쁘다. 처음 본 귀여운 돌발행동,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표현, 제임스 본드 뺨치게 생동감 넘치는 액션 그리고 나조차 부리지 못하는 애교를 남편에게 마구 쏟아낸 딸 같은 아들의 모습 같은 걸 이야기하며 하하호호 오손도손 하루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것이 우리 부부의 일상 낙이다.

주말이면 우리는, 넘치는 에너지로 질주하는 아이 뒤를 따라붙으며 땀을 쏟고 세상 우스꽝스런 댄스를 추며 요지경에도 빠져보고 하늘 끝을 넘어 우주 끝까지 여행도 다녀오며 여독에도 시달린다. 하지만 그와 함께 아이의 천진한 미소와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는 아이의 쌕쌕이는 숨소리를 들을 수 있어 안도하고 감사한다.

아들아, 너는 지금 시절의 네 모습대로 충분히 살아가렴. 엄마 아빠는 네가 주는 희로애락을 느끼며 그렇게 충분히 살아갈게. 언젠가 오늘을 그리워하게 되겠지. 그 날, 오늘을 떠올리며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살겠노라, 잠든 너를 보며 다짐한다. 세상에서 가장 미운 청개구리 우리 아들. 아빠 닮아서 더더 미운 아들. 하지만 청개구리 중에 제일 예쁜 우리 아들. 미워도 다시 한 번 사랑해. 내일부터 다시 시작될 행복한 전쟁을 위해, 우리 가족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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