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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진 NOW ]
  • 입력 2019.05.23 13:44

[가정의 달 수기] 봄처럼 따뜻했던 외할머니의 생신

박현종 대리 (동양 플랜트사업본부)

지난 5월 6일은 외할머니의 음력 구순 생신이었다. 우리 일가친척은 어버이날을 겸해서 할머니가 계신 포천 막내 이모댁에 모였다. 우리 부모님은 자식들에게 참석을 강요하지 않았지만 내심 원하고 계신 게 분명했다. 나도 마침 그간 학업이나 일을 핑계로 잘 뵙지 못한 게 후회스러워, 꼭 가겠노라 얘기했다. 어머니는 당신 엄마 드릴 반찬을 손수 만들었다. 아버지는 각지의 유명한 해산물을 구했고 나는 할머니 드시기 좋은 부드러운 빵과 사탕을 챙겼다.

포천 이모네 도착하니, 할머니와 이모가 집 앞에 나와 있었다. 나는 먼저 뛰어가서 할머니를 안았다. 할머니는 편찮으셨다. 당신 딸인 줄 아는데 한참, 그나마 나와 아버지는 알아보지 못했다. 나는 눈물이 났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덤덤했다. 할머니는 요즘 치매노인학교에 다닌다고 했다. 부모님과 이모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할머니의 숙제를 도왔다. 어릴 적 늘 당신 손주를 강아지라 부르며 예뻐했고 커서 대통령이 될 거라고 말씀하시던 게 자꾸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졌다.

외삼촌, 다른 이모들, 사촌들까지 다 모이고 나서야 우리는 막내 이모가 하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풍성한 음식을 역시 풍성하게 모인 가족이 함께 나누니 참 반갑고 즐거웠다. 저녁을 먹고 우리는 할머니 생일상을 차렸다. 바닥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집 안에 야외 테이블을 세우고 케익을 올렸다. 케익의 초를 불어 끄고 자손들의 선물을 받으며 활짝 웃으시던 할머니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할머니의 생일상

봄처럼 따뜻한 할머니의 구순 생신을 그렇게 보냈다. 눈시울을 붉히기 전에 자주 할머니를 찾아올 걸, 후회스럽기도 했다. 이제라도, 최소한 명절만이라도 꼭 부모님 손잡고 할머니를 찾을 계획이다. 할머니, 늘 건강하시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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