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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진 NOW ]
  • 입력 2019.05.06 09:57

[가정의 달 수기] 아들은 ‘중2병’ 앓이 중

이영우 차장 (동양 건설사업전략실)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경축음악회>에서 염태영 수원 시장(가운데)과 함께

우리 집 큰아들은 북한군도 무서워한다는 중2병을 앓고 있다. 요즘 아이들 성장이 빠르다더니, 아들의 중2병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찾아왔다. 주변에서는 이른바 ‘총량의 법칙’ 운운하며 사춘기가 일찍 시작한 만큼 금방 끝날 거라 위로하지만, 아직은 그 끝이 아주 멀게 느껴진다.

큰아들은 가족과 대화가 줄었고, 방문을 닫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종일 핸드폰만 들여다본다. 집을 나가겠다며 짐을 싼 적도 몇 번이고, 동생을 괴롭히며 심부름을 시키는 일은 이제 일상다반사다. 처음 아들의 반항적인 행동을 접할 때는 숨이 턱턱 막혔는데, 나도 이제 제법 면역이 되었는지 웬만한 행동에는 놀라지 않는다. 정말 시간이 약인가 싶기도 하다.

여느 부모가 그렇듯 나도 아들이 공부에 매진해 남들 다 좋다 하는 직업을 가졌으면 했는데, 그게 생각보다 소박하지 않은 욕심이었나 보다. 아들은 무려 가수가 되고 싶단다. 끼와 재능이 많아도 쉽지 않은 길이기에 몇 마디 한 것이 아들이게는 잔소리로만 들렸나보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더니, 결국 우리 부부도 아무 조건 없이 아들을 바라보기로 했다.

아들은 제 나름대로 길을 찾아가는 중이다. 작년에 교육청이 지원하는 <꿈의 학교 Jump Up 뮤지컬> 프로그램에 참가해 연말에 작은 공연을 가졌다. 올해는 더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해 <수원시 청소년 뮤지컬단>에 입단했다. 그리고 지난 4월 13일, <3·1운동,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경축음악회> 갈라 공연에 참여했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은 아들은 대사 한마디 없는 ‘일본군인1’을 맡았다. 그러나 비중의 작음은 무대에 선다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보다. 공연 전부터 제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들에게 자랑하기 바쁘더니 공연 당일에는 친구들까지 초대하며 한껏 들떴다. 공연을 마친 후에는 잘했다, 멋있었다는 칭찬에 함박꽃이 피었고, 자기가 무얼 해냈다는 성취감에 흥분이 되었는지 쉼 없이 재잘거렸다.

아들은 주말마다 공연 연습에 먼 거리를 오가며 대여섯 시간을 오롯이 쏟아 부었지만 한 번도 힘들어하지 않았다. 아마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 모습을 보니 문득 부모의 기대가 아이에게 큰 짐이 되어왔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 잘 되라고 하는 행동들이었지만 의도치 않게 아이에게 독이 되었던 건 아닐까 고민해보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여전히 내심 아들이 좀 더 편한 길을 갔으면 한다. 이 어쩔 수 없는 바람은 아마 영원히 바뀌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고 말없이 지지해줄 때 아이가 제 길을 찾아 한 걸음씩 걸어간다는 것, 그리고 우리 가족 간의 거리감도 함께 좁혀진다는 것을 분명히 경험하고 있다.

배고프고 아플 때 엄마 아빠만 찾던 내 품안의 자식은 이제 서서히 자기 발로 서는 법을 배우고 있다. 나와 다른 기질의 아이가 나와 다른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고, 그 안에서 자기의 꿈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그 아들을 끝없이 믿고 응원하고 지지할 것이다. 우리는 오늘도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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