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창 유진투자證 회장님의 “나의 금연기(記)”

2003년 한국일보 기고 금연기(記)

   '금연'은 모든 흡연인들의 꿈입니다. 늘 이루고 싶다는 점에서, 동시에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여기 그 꿈을 이루는데 성공한 어느 선배의 도전을 소개합니다. 유지창 유진투자증권 회장님은 지난 2000년 30년 넘게 피우던 담배를 결연히 끊었습니다. 그리고 그 성공의 기록을 2003년 명사들의 금연기를 연재하던 <한국일보>에 기고한 바 있습니다.

   건물 밖에서 한겨울 추위에도 담배를 피우는 사우들을 보며 안타까웠다는 유지창 회장님은, 담배를 끊기까지 겪었던 도전과 실패, 그리고 성공의 경험을 흡연 후배들에게 소개하고자 당시의 기고를 유진에버에 전해왔습니다. 매년 금연을 결단하고 좌절해온 모든 흡연인 유진가족들이 이 글에 공감하며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습니다. 새해 금연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어가고 있는 이들은 물론 이미 첫 걸음에 넘어진 사우들도, 유지창 회장님처럼 돌아오는 설을 세시(歲時)로 삼아 다시금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금연 성공을 유지창 회장님과 유진에버가 함께 응원합니다.

좀 일찍 시작하여 30여 년 간 담배를 피웠던 내가 금연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내 딸 덕분이다. 아내의 성화, 주위의 충고나 눈치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내가 딸의 집요한 설득과 논리에 지고 만 것이다. 그 사연은 이러하다. 딸아이가 초등학생이던 1995년 2월 어느 날이었다. 그 때만 해도 나는 하루에 담배 2갑씩을 피워대며 밥 먹을 때는 ‘식후연초’에 가슴 설레던 전형적 골초였다. 식사 후 담배 한 개비를 피워 물면 뱃속에 서 있던 밥알이 비로소 눕는 편안함을 느낄 정도로 흡연을 즐겼다. 그런데 느닷없이 딸아이가 ‘아빠 담배 끊기 투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아빠, 담배가 몸에 안 좋으니 끊으세요”라고 설득 작전을 폈다. 학교에서 담배의 해악에 대해 배운 모양이었다. 별 반응을 보이지 않자 얼마 후에는 내가 담배만 피우면 문을 꽝 닫고 나가버렸다. 그래도 안 되자 담배를 감춰두는 단계를 거쳐, 아예 담뱃갑을 구겨버리는 본격투쟁에 돌입했다.

몇 개비밖에 안 피운 담배를 구겼을 때는 아깝기도 해서 화도 많이 났지만, 아빠 건강을 생각하는 딸아이를 야단칠 수도 없었다. 딸아이가 중학교 1학년이 됐을 때 나는 ‘논리적 투쟁’에 지면서 코너에 몰리기 시작했다. 평소 공부를 더 하라는 취지로 “공부 좀 해라. 아빠 잘 되라고 이런 소리 하냐?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라는 내 잔소리를 딸아이가 그대로 역이용해 공격하는 것이다. “아빠, 담배 끊으면 제 건강이 좋아지나요? 다 아빠를 위한 것이잖아요”라고 말이다. 이렇게 체면이 깎이면서도 금연을 못하고 차일피일하던 중 ’96년 정초쯤 드디어 마지막 작전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하루는 담배를 피우는 내 앞에 딸아이가 무릎을 꿇고 앉아 “아직도 아빠가 담배를 피우는 것은 제 잘못이에요”라며 두 손을 들고 벌을 받는 모습을 취하는 것이었다.

아아!

아버지로서 자존심을 구긴 상황에서 고민을 하던 차에 ’96년 2월 세계무역기구(WTO) 파견근무를 위해 스위스 제네바로 가게 됐다. 이를 계기로 나는 금연을 결심하고, 출영 나온 흡연동지들과 공항 흡연실에서 마지막 담배를 피웠다. ’98년 6월 귀국할 때까지 무사히 금연에 성공했다. 하지만 국내에 들어온 뒤가 문제였다. 당시 외환위기 뒷수습을 위한 너무 많은 일에 골치가 아파 담배를 다시 피웠다.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된 것을 후회하고 아쉬워하던 중 ‘21세기는 2001년에 시작한다’는 데 착안하여, 21세기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 되리라는 결심 하에 2000년 12월 31일 밤 10시에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 다시 끊었다.

이제는 확실히 금연에 성공했다고 자부한다. 금연 후 병원에 가도 치료가 안 됐던 기침과 가래가 깨끗이 사라졌고 얼굴색도 좋아지는 등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금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직도 담배를 피우는 많은 분들에게 ‘금연 성공 전략‘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고 싶다.

첫째, 주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부터 금연을 권유받아라. 내 경우에는 딸이었다. (아들 녀석은 딸아이가 숨겨놓은 담배가 있는 장소를 슬쩍 알려주곤 했다.)

둘째, 시기와 이벤트를 정해라. 21세기 시작 기념, 둘째 아이 기념, 결혼 10주년 기념 같은 식이다.

셋째, 독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줄이면서 끊는 것보다는 한 번에 끊는 것을 권하며 ‘한 대 정도는 피워도 되겠지’라는 자만심도 금연의 적이다.

넷째, 주위에 금연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라. 체면상 다시 피기는 쉽지 않을 터이니, 나 역시 이번에 ‘나의 금연기’를 쓰면서 또 한 번 맹세한다. “담배는 영원히 안 피우겠다”.

 

덧) 지금도 주머니 어딘가 담배를 남겨둔 유진가족 여러분, 나중으로 미루기 보다는 오늘 당장 결심하기 바랍니다. 3개월여 안에 꼭 담배를 끊어서, 올 봄 꽃이 한창인 날에 당당한 금연인으로서 함께 맥주잔이라도 기울입시다!

 

※ 유진에버는 언제나 여러분의 투고를 기다립니다. 직장 생활, 자기 계발, 여행 등 어떤 주제도 좋습니다. 유진가족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MS-Word 파일로 작성해 eugenepr@eugenes.co.kr로 보내주세요. 심사를 통해 유진에버에 게재되면 소정의 감사선물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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