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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진 NOW ]
  • 입력 2018.08.03 10:57

대한민국 장기 체류 가족, 이웃나라 다녀오다

유진저축은행 서용탁


휴가에 대한 나의 지론은
남들 다 갈 때는 피해서 가자는 주의다. 차 밀리고 바가지 쓰고 대접 못 받고 등등 이런저런 이유로 7, 8월에는 출퇴근 이외의 이동은 달갑지 않다. 그런데 올해는 20여 년을 함께한 친구네 가족이 이웃나라로 휴가를 같이 가잔다. 5월에 오사카행 비행기 티켓을 예매하고 주유패스, 유니버셜 입장권과 익스프레스 티켓, 맛집 List, 쇼핑 List 등 참 알차게도 일정을 준비해 놨더랬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고 여행 일정 세우는 것을 방관자처럼 강 너머 불 보듯 지켜보고만 있었다. 출발일이 다가오면서 조금씩 불안해졌다.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7월 19일 목요일 새벽 네시,
아직 잠에서 덜 깬 우리 집 직계 보호 대상자 1호와 2호를 차에 밀어 넣고, 그 둘의 여성 보호자 ‘받으면 심부름’여사를 모시고 인천공항으로 출발. 일찍 왔다고 생각했는데 친구네 가족은 벌써 도착해 있었다. 촌스러움 들킬까 내색은 안 했지만 오랜만에 가는 말 안 통하는 나라 여행에 살짝 들뜨긴 했다. 짐 부치고 면세점에서 간단히 쇼핑하고 탑승. 두 시간이 조금 안되는 시간이 지나 간사이 공항 도착. 아 정말 덥다. 공항리무진 타고 유니버셜 바로 앞에 있는 숙소에 짐 맡기고 대관람차 타러 이동. 아~ 정말 크다. 바닥까지 투명한 통(?)을 타고 꼭대기에 올라가니 USJ (
Universal Studios Japan) 내부가 다 보인다. 내일이 기대된다. 일본에서 사케와 생맥주를 곁들인 첫 저녁식사를 거하게 마치고 내일 일정을 맞춰보고 첫 날을 마무리 했다.

둘째 날,
아침 6시에 일어나 아이스박스에 얼음 채우고 생수병을 가득 채우니 가방이 묵직하다. 그래도 왕년에 20kg 배낭 메고 지리산, 설악산을 곰처럼 뛰어다녔던 나 아니었던가. 이까짓 물병쯤이야~는 개뿔. 위에 걸친 땀에 젖은 셔츠 한 장도 무겁더라 ㅠㅠ.


8시 30분 이번 오사카 여행의 목적 USJ 입장! 두둥. 이 더위에도 사람은 정말 많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각국의 언어들 중에 “아 너무 더워~”라는 말만 들린다. 아마 다른 나라 사람들도 자기네 나라말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을 거다. 입장하자마자 USJ에서 가장 인기 많다는 ‘해리 포터’사이트에서 놀이기구를 두 번씩 타고 나오더니 모두 즐거워한다. 그래 너희들 즐거우면 난 그걸로 만족한다. 더워도 짜증 안 내고 ‘생떼’ 안 부리는 것만으로도 다행인데 즐거워하기까지 하니 얼마나 고마운지..

친구네 직계 보호 대상자 1번과 우리집 직계 보호 대상자 1번

그런데 이번 여행을 총괄 계획한 친구 녀석 상태가 메롱이다. 아무래도 더위 먹은 모양이다. 주변을 돌아보니 증세가 비슷한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이대로 강행하다간 사람 잡겠다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들답게 최대 효용을 얻기 위해 친구만 버리기로 결정! 나머지 여섯은 체력이 다할 때 까지 여기서 논다! 중간중간 군것질로 놀기 위한 체력을 보충해가며 여기저기 놀이기구들을 찾아 잘도 뛰어다녔다.

2시경 친구가 좀 회복을 했는지 다시 합류해서 USJ 문 닫을 때까지 끝장을 본다. 그래 우린 대학 다닐 때도 그랬다. 공부 빼곤 끝장을 봤다. 술자리에서도 해 뜰 때까지~ 음~ 다시 생각해보니 술자리에서만 끝장을 본 것 같다. 방전된 체력을 충전하려면 좀 먹어야 할 텐데 늦게 나왔더니 식당마다 줄이 길다. 심지어 일찍 문 닫는다. 그리하여 어쩔 수 없이 편의점 털기~ 맥주, 사케, 도시락, 컵라면, 빵 이것저것 넣다 보니 ‘비닐 봉지’가 다섯 개. 이 친구네 가족과 캠핑을 비롯해서 많은 여행을 다녀본 결과 먹는 데는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었다.

마치 이걸 안 먹으면 여행의 의미가 없다는 사람들처럼.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 그렇게 안 먹었으면 힘든 여행이 되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날씨 때문에 힘들고 천방지축 뛰는 아이들 단속에 정신이 없어도 식사 시간 시원한 맥주와 거하게 한 상 차려 먹으면 금세 또 ‘하하하, 호호호, 재잘재잘~’ 역시 사람은 배가 불러야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것이 진리 인가보다.

 

'받으면 심부름' 여사님과 찰칵. 이번 여행의 목적 USJ 앞에서


셋째 날,
오늘은 교토 여행이다. 역시나 더운 날씨! 전철을 몇 번 갈아타고 20여 분을 걸어 대나무 숲이 유명하다는 곳에 도착하니 대나무 그늘과 숲속의 시원함이 땀을 식혀준다. 그럼에도 옆에 인력거 타고 다니는 사람이 부러운 건 어쩔 수 없다. 마을 구경도 마치고 버스를 타고 청수사로 이동. 그런데 다들 지쳤는지 내려야 할 곳에서 못 내리고 헤매기 시작~ 그래 이런 게 여행의 묘미는 개뿔! 날 더운데 짜증지수 상승하기 시작하고 애들도 지쳐간다.

우여곡절 끝에 청수사 도착! 헐. 공사 중이네 ㅋㅋ 길바닥에 노숙자처럼 앉아 쉬다 니넨자카 산넨자카만 보고 오기로 한다. 집들과 상점들이 참 아기자기하다. 모퉁이를 돌면 ‘나미야 잡화점’이 있을 것만 같은 풍경이다. 집 모양만 다를 뿐 분위기는 우리나라 북촌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관광객들이 다 그러하듯 우리 일행도 다녀왔다는 인증샷만 남기고 다시 숙소로 이동한다. 다들 지쳐 가는지 하나 둘씩 분실물도 생겨도 찾고 싶은 의지도 사라져간다. 그래도 한 상 차려놓고 먹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하하하 호호호 재잘재잘~’ 오늘 저녁은 일본에서 그 비싸다는 한국 소주를 곁들인 ‘놀부 부대찌개’다~ (ㅋㅋㅋ) 물건 잃어버려도 좋다. 소주와 함께라면~! 다시 기분이 좋아지고 숙소에서 맥주 한 잔으로 오늘을 마무리 한다.


 

사카이 타카유키 중식도


넷째 날,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몇시에? 저녁 8시 15분에. 3박 4일 참 알차게 구성했다. 홈쇼핑에 내 놓아도 좋은 일정 구성이다. 잘 했다. 친구야. 전날 보다 여유를 가지고 일어나 9시에 체크아웃하고 도톤보리로 이동! 섬나라 와서 제대로 된 회는 먹고 가자는 의견에 동조하여 횟집에서 초밥에 낮술을 한다. 캬~ 좋다. 여행지에서의 소소한 일탈이 작은 행복감을 준다. 순대도 채웠으니 본격 쇼핑! ‘돈키호테’라는 상점에서 눈 뒤집히게 폭풍 쇼핑~ 그리고 난 나에게 작은 선물을 준다. 바로 ‘사카이 타카유키’ 중식도!

기대해라 친구들. 여행 뒤풀이는 우리집에서 저 칼로 한 상 차려 주마~ 그렇게 폭풍 쇼핑을 마치고 다시 간사이 공항으로 이동하려는데 어머나! 올때 챙겨뒀던 리무진 티켓이 없다. ㅠㅠ 버렸나 보다. 남은 돈 탈탈 털어 다시 티켓을 구매하여 간사이 공항으로 이동. 급하게 저녁을 먹고 다시 인천공항으로! 비행기에서 내리니 아~ 여기도 덥다. 집에 오니 11시 55분 아~ 피곤하고 출근하기 싫은데~ 나도 이런데 애들은 내일 학교를 어찌가나~ 내 전화기에 저장된 우리 집 서열 1번인 ‘받으면 심부름’ 여사에게 물어보니 애들은 내일 학교 안 간단다. 배신감 쿨럭!


 

오사카 여행을 함께한 친구네 가족과 찰칵_지나가는 행인에게 찍어 달랬더니 구도가 아쉽다.

더위와 씨름했던 이번 여름 친구네 가족과의 여행.
더운데도 투정 안 부리고 잘 따라준 아이들한테 고맙고 배고프지 않게 맛집 안내도 잘 해준 친구와 후배(친구 부인. 얘네는 대학 과CC다)도 고맙고 애들하고 나를 살뜰하게 챙겨준 ‘받으면 심부름’ 여사에게도 고맙고 이래저래 고마운 여행이었다. 그럼 뒤풀이는 여행의 잔상이 다 사라지기 전에 우리 집에서 1박2일로 한잔하는 걸로 마무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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