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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진 NOW ]
  • 입력 2018.03.28 10:34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장의 의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 #5

▶ 좋은 물건 싸게 만들어 많이 팔면 된다?

“If you can't measure it, you can't manage it".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 이는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가 한 말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문구 중 하나다. 드러커 인스티튜(The Drucker Institute)에 따르면, 사실 그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은 중요치 않다. 우리는 이것을 시금석으로 여기고 각종 지표를 만들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 지표가 ‘우상향’이 되도록 노력했다. 우상향은 곧 ‘성장’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이 땅의 많은 사장님께서는 이러한 말씀을 하셨더랬다. “좋은 물건 싸게 만들어 많이 팔면 된다”. 이것은 사장님의 경영철학이자, 곧 기업의 전략이기도 하였었다. 좋은 물건을 싸게 만든다는 것은 비용우위 Cost leadership 전략을 의미하고, 많이 판다는 것은 시장 점유율 Market share를 높이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결국 더 많은 매출을 실현하겠다는 것이니 이보다 더 좋은 전략이 어디 있으랴. 이 땅의 기업은 그렇게 성장했었다.

이를 위해 생산성과 효율성은 더 높은 수준으로 가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보통 ‘외형성장’으로 귀결되었었다. 이른바 생산량이 증대함에 따라 단위당 평균비용이 낮아져 대량생산의 이익이 발생하는 ‘규모의 경제’와 여러 제품을 함께 생산함으로써 생산비용을 절감하는 ‘범위의 경제’를 실현하여 ‘더 큰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더 강력한 시장 장악력과 더 높은 잠재적 성장률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 4차 산업혁명과 혁신성장 전략

그러나 ‘외형성장’ 전략은 금세 난관에 부딪힌다. 극심한 경쟁 환경에서 선택을 받으려면 차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차별화 전략 differentiation은 경쟁사의 공격에 대한 완충작용을 해주며, 진입장벽을 높여주며, 구매자의 협상력을 무력화해주며, 대체재의 위협을 약화해 주기 때문에 매우 유용한 전략이다. 하지만, 차별화 전략이 의미가 있으려면 결국 “좋은 물건 싸게 만들어 많이 팔라”는 사장님의 말씀을 실현해야 한다.

이렇게 비용우위나 차별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기본적으로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관점이므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직면한 현재 우리는 ‘성장’에 대한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에는 성장 자체가 전략이었으나 바야흐로 지금은 ‘측정할 수 있지만 관리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하여, 무엇을 성장시켜야 할지, 어떻게 성장시켜야 할지 설정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 우리는 어떤 성장을 하여야 하는가?

관련하여 최근 정부도 혁신과 기존산업 사이의 갈등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는 듯하다. 가상화폐와 비트코인 이슈가 있고 얼마 안 되어, 택시업계와 스타트업 업계(카풀 애플리케이션) 갈등의 중간에서 대통령 직속 4차 산업혁명 위원회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사람중심의 혁신성장 전략’을 4차 산업혁명의 기조로 삼고 있는데, ‘사람중심’이라는 방향성은 전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음에도, 혁신과 기존산업 중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 하기 때문에 항상 좋은 소리를 들을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4차 산업혁명과 ‘사람중심’은 역설적인 부분이 있다. 경제 위기 이후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함에 따라 독일에서 시작된 4차 산업혁명(인더스트리4.0, Industrie4.0)은 스스로 생각해 최적의 생산 방식과 타이밍을 계산하는 인공지능(AI), 수많은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는 빅데이터(Big Data), 로봇, 센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기반으로 제조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스마트공장 Smart factory로 변화하고 있다. 필요에 따라 유동적으로 생산라인 자체가 변하는 환경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산성과 효율성의 증가가 자연스럽게 우리의 일자리를 감소시키리라는 것은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사람중심’을 외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지금의 성장은 크기보다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 성장이 전략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과거, 기업의 성장을 위해 외형성장을 했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 변화를 해야 하는 시기이다. 이러한 상황에 ‘혁신’과 ‘성장전략’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 혁신성장이라 함은 혁신적으로 성장을 하겠다는 것으로 들리고, 성장전략은 성장을 위한 전략이라는 말로 들린다. 그런데, 성장이 전략인가?

이에 대해 일찍이 또 한 명의 경영학 구루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는 '성장의 덫 Growth trap'을 이야기 한 바 있다. 대부분의 경우, ‘성장하려는 욕구’가 전략의 수립과 실행을 망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성장은 목표가 아니라 전략의 실행을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과실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기업은 세 가지 큰 틀에서 성장의 방향을 설정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첫째, 매출액이나 시장점유율 같은 양적 목표가 아니라 장기적 수익성에 근거해 목표를 설정하여야 한다. 둘째, 오랫동안 경쟁력을 쌓아온 핵심사업에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찾아야 한다. 마지막은 새로운 사업 분야로의 진출은 기존 사업에서 구축한 역량을 강화하거나 확장하는 방향으로 하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것은 니체의 말과도 일맥상통한다. 니체는 사람을 망치는 첫 번째 함정으로 ‘초조함’을 꼽았었다. 초조해지면 이성적인 판단 어려워지고 다른 사람의 평가에 민감해지고 헛된 것에 현혹되기 쉬워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는 방향성 없는 양적 성장을 위해 생산라인에서의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 만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조급해 하지 말고, 조직원 각 개인의 역량이 날줄과 씨줄이 되어 질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4차 산업혁명의 진정한 성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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