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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진 NOW ]
  • 입력 2018.03.14 18:06

4차 산업혁명, 경계 없는 시대의 경쟁 포지셔닝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 #4

그동안 시장은 예측 가능했다. 시장의 플레이어들이 명확했고 그들과 비교하여 차별화 Differentiation 혹은 비용우위 Cost leadership전략을 선택하고 집중 Focus하면 되었었다. 누구와 어떻게 싸워야 할지 알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예측할 수 없다. 창조적 혁신자가 시장을 파괴하고, 산업의 경계마저 무너트리고 있다. 경계 없는 시대에 우리는 어떤 경쟁 포지셔닝을 확보할 것인가?

 

▶ 우버와 나라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한때, 일명 '나라시'라는 불법 자가용 택시 서비스가 성행했었다. '나라시'는 택시나 안마사가 손님을 찾아 돌아다닌다는 의미의 '나가시 ながし'의 발음이 변형되어 쓰였다고 하는데, 수입차로 서비스 차별화를 할 만큼 진화하였었다. 단속은 어려운 반면 처벌은 가벼운 이유도 있지만(걸렸을 때, 서로 아는 사람이라고 하면 그만), 무엇보다 '꾸준한 수요' 덕분에 나라시는 음성적으로 지속 이용되었었다고 한다.

그리고 2013년, ‘우버 Uber’라는 차량공유 서비스가 국내에 들어왔다. 1년도 안 되어 불법이라는 딱지가 붙어 서비스 이용이 불가하게 되었지만, 강력한 이용 편의성 때문에 우버 서비스는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며 카풀 carpool과 같은 유사 서비스까지 생겨나고 있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라는 영화 제목처럼 왜 나라시는 사라지고 우버는 번창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나라시는 틈새시장이라는 골목길을, 우버는 공유경제라는 고속도로에서 달렸기 때문이다. 즉, 정부의 규제와 업계 반발 등 상황은 비슷하지만, 우버는 서비스의 편의성과 가치가 공유경제의 플랫폼을 통해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공유경제 Sharing Economy는 상업경제 Commercial Economy에 대칭되는 개념으로 물품, 생산설비, 서비스 등을 개인이 소유할 필요 없이 필요한 만큼 빌려 쓰고 필요 없는 경우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공유 소비로, 플랫폼 안에서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는 정보와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서로 가치를 교환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과정에서 전과 다른 무언가를 이용하게 된다. 그것들은 기존의 방식보다 더 편리하고 더 경제적이고 나에게 딱 맞는 것을 제공해 주기 때문에, 그것들은 삽시간에 전 세계로 확장되어 기존의 방식을 무너트리고 있다. 그것들은 디스럽터 Disruptor다. 디스럽터는 편견과 선입견을 깨부수고 기존의 틀을 파괴하며, 익숙한 시스템과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사람(혹은 조직)을 말하는데,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이 말은 패션계에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렇듯 디스럽터들은 공유경제에서 산업과 시장을 파괴하며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 해마다 ‘디스럽터 리스트 Disruptor List’가 발표(CNBC)되고, ‘올해의 디스럽터 Disruptor of the year’가 선정(CNET)되고, ‘디스럽트 어워드 Disrupt Awards’가 개최(TechCrunch)될 만큼 디지털 환경에서 혁신과 파괴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최초의 필름 카메라(1888년, Kodak)에서 최초의 디지털카메라(1988, FUJI)까지 100년이 걸렸다면, 디지털카메라에서 최초의 폰카메라(1999, Kyocera)로 넘어오는 데는 불과 1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을 보면 그리 놀랄 것도 없다.

 

▶ 디스럽터, 보이지 않는 경쟁자와의 싸움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디스럽터는 더 파괴적이다. 전통적인 시장 파괴는 개발•제조•생산•유통 등 일련의 과정이 자본 싸움이므로 거대 자본만이 실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디지털을 활용할 경우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등 플랫폼을 이용하면 되므로 대규모 설비와 유통망이 없이도 시장 파괴가 가능해졌다. 시장조사업체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에 따르면 최근 디스럽터는 이전보다 10배 많아지고, 비용은 1/10로 줄었으며 기존 100배 이상 시장에 영향을 끼친다고 분석했다. 기존 산업이 파괴될 가능성이 수십 배, 아니 수백 배 늘어났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누구나 디스럽터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제 보이지 않는 ‘적’과 싸워야 하는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경쟁자와의 싸움은 흔히 포지셔닝 positionin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가 싸워야 할 길을 안내해 주곤 했다. 가령, 여기에 코카콜라 제로가 있다. ‘경쟁 제품 product’은 펩시콜라 다이어트가 될 것이다. 그런데 경쟁의 개념을 확장해 보자. ‘범주 category’ 개념으로 보면 콜라는 ‘청량음료’로써 사이다도 맥콜도 경쟁 상대가 된다. 한 단계 더 확장하여 ‘혜택 benefit’의 개념으로 보자. 그러면 ‘갈증 해소’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물과 커피도 경쟁 상대가 되는 것이다. 경쟁의 범위를 ‘예산 budget’까지 확장한다면, 콜라 한 병을 사 마실 돈과 시간으로 다른 것들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같은 개념으로 경제학에서는 어느 한 재화가 다른 재화와 비슷한 유용성을 가지고 있어 한 재화의 수요가 늘면 다른 재화의 수요가 줄어드는 경우 서로 대체관계에 있다고 말하며 대체관계에 있는 재화를 다른 재화의 ‘대체재(代替財)’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대체의 개념은 상대적인 것으로, 세단의 대체재는 SUV이지만, 이동수단의 개념에서의 대체재는 전철, 버스라는 것이다.

그런데 전략적 의사결정을 할 때 중요한 이러한 개념들이 지금도 유효할까? 기본 아이디어야 당연히 유효하지만,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의 관점의 개념이므로 유효하지 않기도 한다. 점심시간의 대체재가 밥 대신 요가가 될 수 있고, 저녁밥은 영어학원으로 대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승용차의 대체재가 대중교통이 아니라, 렌터카와 자전거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전략에서 흔히 말하는 STP(세분화 Segmentation, 타겟선정 Targeting, 위치선정 Positioning)는 시장을 어떤 변수로 쪼개고, 목표시장을 정하고, 어떻게 자리 잡을 것인지에 대한 것이므로 당연히 ‘중요한’ 이야기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가장 ‘안 중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제는 이 모든 것을 기업이 아니라 소비자가 하기 때문이다. 여태까지는 기업이 소비자에게 결핍을 느끼게 하고 그것을 충족시켜 주었다면 지금은 소비자가 문제를 정하고 해결하는 방법도 스스로 정한다. 그러므로 과거에는 ‘어떤 욕구에는 어떤 상품’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어떤 문제에 어떤 솔루션’을 주느냐가 관건이다. 그리고 디스럽터는 소비자 스스로 솔루션을 찾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으니 디스럽터가 시장을 파괴하는 현상은 지극히 당연하다.

보통 (디지털) 디스럽터는 3개의 유형으로 구분되는데, 첫 번째는 소비자와 생산자가 아닌 사용자와 제공자의 매칭을 최적화 한 형태로 우버와 같은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자산을 소유하지 않고 원가 우위 및 네트워크 효과를 통해 가격 파괴를 한 형태로 에어비앤비 Airbnb가 해당한다. 마지막은 디지털 디스럽터의 생태계를 만드는 플랫포머 platformer들로 애플 Apple이 그렇다.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것, 원가경쟁력을 가지는 것, 그리고 제품과 서비스를 복합적으로 제공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발상이어서 실망스러울 정도이다. 이쯤 되면 시쳇말로 멘붕이 온다. 도대체 누구와 싸워야 할지 감이 안 잡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새롭고 스마트한 방식으로 기존의 시장을 헤쳐 디스럽터가 된 사례가 있다.

 

▶ 경쟁에 임하는 스마트한 자세

일반적으로 전략과 전술, 게임이론, 포지셔닝 등 경영과 관련된 수많은 개념은 모두 경쟁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가 경쟁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시장에서 이기는 방법을 얻기 위함이다. 그러나 지금의 경쟁은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동반성장을 의미하는데, 일론 머스크 Elon Musk의 테슬라모터스 Tesla Motors는 새로운 경쟁의 방식을 제시한다.

전기차 테슬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소비자 정보지 《컨슈머리포트, 2014》에서 ‘전반적으로 최고의 차’/재구매 의향 98%로 ‘가장 만족도가 높은 차’로 선정되었으며, 美. 고속도로 교통안전국 (NHTSA)에서 가장 안전한 차로 ‘별’ 다섯 개를 받고(2013), 《오토모바일》과 《모터트렌드》등 자동차 전문 매체에서 ‘2013. 올해의 차’로 선정된 차로 선정된 바 있다. 10년이 갓 넘은 회사에 의해 130여 년 자동차의 역사가 뒤바뀐 것이다.

사실 전기차를 대중화시키려는 노력이 처음은 아니었다. 1990년대 중반 GM에서는 ‘EV-1’이라는 전기차를 출시하여 4년간(1996~1999) 1천 대(1,117대)가 넘게 판매를 하였었다. 기름이 남아돌던 당시에 전기차를 저만큼 팔아먹은 것은 대단한 것이었으나, 금세 EV-1은 없어졌다. 이는 (누구나 상상하듯이) 완성차 업체, 자동차 부품/수리점, 그리고 판매점에는 큰 위협이며, 특히 석유업체에는 치명적인 위기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누구나 상상할 수 있겠지만, 그리고 아직도 밝혀지진 않았지만) 로비가 있었을 것이고, 마침 GM도 낮은 채산성으로 고민하고 있던 터였던지라, 전기차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보통 자동차산업은 규제가 심하고 철수장벽과 진입장벽이 높아 매력도는 높으나 성과가 매우 위험스러운 산업으로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분야이다. 거기에 GM의 실패 사례가 버젓이 있고, 거대한 인프라 비용과 비현실성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비판도 만만치 않았었다. 이 와중에 일론 머스크는 어떻게 전기차 사업을 할 수 있었을까?

우선, 그는 본인이 만든 전기차를 많은 사람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전기차 회사와 함께 태양에너지 기업을 함께 만들어 독자적으로 생존이 가능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한다. 그리고, 그는 경쟁개념을 전기자동차 업계로 설정하지 않고 석유 연료 자동차 메이커를 타겟으로 테슬라 전기차의 특허를 개방하는데, 이것은 매우 중요한 결정이었다.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고 유지되려면, 최소한 4~5개의 주요 플레이어가 있어야 하는데, 테슬라모터스와 같은 우수한 전기차가 시장에 많이 나와 석유 연료 자동차 메이커에 대응하는 전기차 시장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전기차 업계에 특허를 개방하여 팔로워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경쟁하지 않고 경쟁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디스럽터가 된 것이다.

 

▶ 디스럽터가 되고 싶다면, 데카르트처럼 사고하라

데카르트(1596~1650)는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고 불리 울 만큼 17세기의 가장 중요한 철학자이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중세의 세계관이 무너지고, 근대라는 새 시대가 탄생하기 위해 고통을 겪던 시기였다(마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처럼). 그 격변의 시기, 복잡한 갈등 속에서 중세의 ‘신’ 중심주의 사회는 근대의 ‘인간’ 중심주의로 넘어오게 된다. 그 과정에 데카르트의 진리 탐구 방법론, ‘방법적 회의’는 너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그 방법은 당시 사고의 프레임으로써는 엄청난 것이었지만 이제 와서 보면 정말 단순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의심하기’이다.

한국에서 디스럽터가 없는 이유가 이것이다. 조직에서 ‘의심’을 하면 안 되는 문화가 너무나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원래 인간은 노일레 노이먼이 밝혔듯이 고립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 때문에 집단에 끼고 싶어 하며, 솔로몬 애쉬가 밝혔듯이 집단에 굴복하여 동조하게 되며, 스탠리 밀그램이 밝혔듯이 온갖 권위에 복종하게 된다. 그러나, 개인주의가 발달한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집단주의 문화를 가지고 있어 조직에의 동조와 복종 심리가 지배적이어서 집단규범과 조직문화에 벗어나는 일을 절대로 할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스타트업, 그리고 그중에 급성장하는 디스럽터들을 볼 수 있다. 다들 느끼는 바와 같이, 거기에 엄청난 아이디어는 없다. 엉뚱하고 기발한 발상도 있지만, 대부분은 관습, 고정관념, 편견과 같은 당연한 것을 의심하고, 당연하다고 생각한 불편함을 의심하고, 그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와 용기를 가져지고 실현했다는 것이다.

만약, 나라시를 기존 사업자(이권자)를 보호하기 위해 불법으로 규정하고 반대만 하지 말고, 나라시 서비스가 창출하는 고객 가치, 시장 가치, 사업적 가치에 대하여 누군가 데카르트와 같이 ‘의심’했다면, 우리나라에도 우버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이 나오지 않았을까? 중요한 것은 시장 질서를 위한 규제와 업계의 이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이미 모든 제품과 서비스의 의미와 결정은 소비자에게 넘어갔다.

그러므로, 우리가 가야 할 곳은 경쟁제품이나 경쟁사보다 더 우위가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가장 독창적으로 풀어주는 디스럽터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소비자에게 의사결정권을 넘겨준 것처럼, 직원들이 경쟁 포지셔닝의 솔루션을 찾을 수 있도록 조직은 의사결정권을 분산해야 한다. 그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쟁 포지셔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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