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베이션이냐, 리노베이션이냐?
이노베이션이냐, 리노베이션이냐?
  • 편집부6
  • 승인 2018.02.09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혁신 #2

 

▶ 4차 산업혁명과 이노베이션 지상주의

2016년, 세계적인 물류회사 UPS는 싱가포르에 주문형 3D프린터 공장(on-demand 3D printing factory)을 세웠다. 그 공장에서는 각종 기계에 쓰일 ‘부품’을 생산한다. 오랜 기간 물류를 하다 보니 산업별로 언제 어떤 주문이 있는지 UPS는 알고 있었다. 또한, 생산과 재고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물류를 적시에 할 수 있다면 엄청난 비용(돈과 시간)이 절감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같은 해, 아마존은 처음으로 실제 드론 배송에 성공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근교에 있는 아마존 프라임에서 수 마일 떨어진 고객이 주문한 ‘파이어TV’와 팝콘이 드론으로 배송된 것. 그것도 무려 13분만에. 이제 아마존은 최소한 배송에 있어서는 배송 트럭으로 인한 환경오염의 문제 대신 (드론의)‘배터리’를 언제 갈아주면 될 지에 대한 고민만 하면 될 것처럼 보인다.

아직 아마존의 드론 배송은 날씨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약을 극복해야 하며, UPS의 3D프린터를 통한 적기생산방식이 ‘빅데이터를 통한 재고 없는 유통 업체’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제조업과 공급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엄청난 변화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 하에 이루어지는 다양한 변화들 중 하나일 뿐이다. 이미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힐튼Hiton은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에 기업가치를 추월 당했다. 세계적인 ‘소비자 가전 전시회’ CES에서는 IT기업도 가전기업도 전기차를 선보이고 있다.(모터쇼도 아닌데 말이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세계 최초로 여성 휴머노이드(humanoid, 인간형 로봇)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기도 했다.

주로 덩치가 큰 글로벌 기업 혹은 영리하고 재빠른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듣도보도 못한 변화들이 매일매일 일어나는 것을 보며, 아마 대다수 기업들은 안절부절 못할 것이다. 지금의 변화는 경계도 방향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우리도 변해야 한다’는 불안감과 초조감은 결국 이노베이션 지상주의를 낳았다.

 

▶ 이노베이션은 본질에의 추구이다.

경영의 구루guru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혁신하던지, 사라지던지. Innovate or die” 라고 할 만큼 이노베이션을 강조하였는데, 이노베이션에 대한 사람들의 잘못된 통념 때문에 이노베이션은 성과가 나지 않고 심지어 시도조차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특히 '이노베이션은 위험하다'라는 통념에 대하여, 이노베이션은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결과를 내는 것이지 운에 맡기면서 위험하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하였다. 맞는 말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그렇게 운이 좋지도 않으며, 많은 자금이 투입돼서 그만둘 경우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에 없이 불확실한 세계에서, 위험하지 않은 것이 어디 있으랴. “바람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것이다”라는 영화 대사처럼, 어찌 보면 조직을 체계적으로 학습하는 대신 조직의 의지를 끌어내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물론 체계적으로 학습할 시간도 없지만 말이다) 훌륭하게 짜인 대부분의 이노베이션 전략이 폐기 처분 되는 것은 이노베이션 하고자 하는 의지를 조직과 함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노베이션은 뛰어난 아이디어’란 통념에 대하여, 이노베이션은 성실, 끈기, 몰입으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일이지 번뜩이는 발상은 아니라고 하였다. 이 말은 정말 맞다. 최근 대한민국에 고급 가전을 대중화시킨 고성능 청소기의 대명사인 다이슨Dyson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영국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우는 제임스 다이슨James Dyson은 진공청소기의 성능 저하가 먼지 봉투에 박힌 미세한 먼지 때문임을 알고 먼지봉투 없는 진공청소기의 개발을 시작했는데, 1979년 낡은 창고에서 혼자서 진공청소기 프로토타입prototype을 만들기 시작해서 1984년까지 5년간 총 5,127개의 프로토타입을 통해 개발에 성공했다. 아이디어도 좋았지만 결국 성실, 끈기, 몰입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이 다이슨의 제임스 다이슨과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엄청나게 혁신적이고 브랜드와 마케팅을 잘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사실 그들은 본질에 집중한 사람들인데 말이다. 제임스 다이슨은 “나는 브랜드를 믿지 않는다. 사람들은 우리의 제품을 사는 것이지, 우리의 회사를 사는 것이 아니다. 제품이 더 좋다면 고객들은 살 것이다”라고, 그리고 스티브 잡스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 자체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라며 제품에 집착하였다. 그들의 일맥상통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이노베이션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본질에의 깊이 있는 철학과 집착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원래, 독일이 추진하는 제조업 재건 전략인 인더스트리Industrie 4.0에서 유래한 것이다.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에 어떻게 하면 다양한 고객들의 세부 요구들을 반영해 맞춤형으로 제품을 만들되, 기존 대량 양산 체제와 유사한 단위 생산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지에 대한 기본적인 고민이 반영된 것이다. 그러므로 과거에도, 지금도, 이노베이션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의 본질에 대한 고민과 변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 그리고 끈질긴 개선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 이노베이션 대신, 끊임없이 리노베이션하라

코카콜라의 CMO로서 역사상 가장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었던 서지오 지먼Sergio Zyman은 이노베이션은 ‘슈가 하이(sugar high, 과도한 당 섭취에 따른 일시적 과잉흥분)’와 같아서 과다활동을 일으키고 슈가 하이 효과가 사라지면 몸 상태가 오히려 처음보다 나빠진다며 지속적인 리노베이션을 강조했다.

지먼은 자신을 성공으로 만들어 준 따분하지만 중요한 자사의 기본적인 ‘가치 제안(value proposition,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구매 가격과 비교하여 어떠한 가치를 주는가 제시하는 것)’을 뜯어 고쳐 기존 고객과 잠재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일을 게을리 했기 때문에 이노베이션을 하게 되는 것이며, 대개 나빠진 문제를 다루기 보다는 대신 새로운 기회를 손쉽게 찾아나서는 것으로 해결을 하기 때문에 이노베이션은 ‘포기’를 의미하는 또 다른 단어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노베이터들은 기업의 노하우인 ‘핵심 경쟁력’을 활용하여 "만들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자. 그리고 나서 그것을 팔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라고 말하지만, 리노베이터들은 기업(혹은 브랜드)의 핵심 정의인 ‘본질’에 주목하여 "무엇을 팔 수 있는지 찾아보자. 그런 다음 그것을 만들 수 있는지 파악해 보자."라고 하기 때문에 리노베이터만이 사업을 본질적으로 성장시켜 줄 수 있다고 한다.

"혁신은 위험하다. 그러나 혁신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 라는 말이 있다. 말인즉슨, 지속적으로 리노베이션 하라는 것일 게다. 골프나 검도를 시작하면 의례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고 굳은살이 잡히고, 그 단계를 지나 실력이 늘었다 싶을 때면 되려 손바닥은 부드러워진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이노베이션 프로젝트가 성과를 담보할 수는 없다. 골프채나 죽도를 바꾼다고 실력이 좋아지지는 않는 것처럼. 그러므로, 이노베이션 하기 전에 본질적인 지향점을 향해 끊임없이 리노베이션 하라. 그러면, 어느 순간 이노베이션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리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