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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진 NOW ]
  • 입력 2017.10.31 10:00

벤츠와 보쉬의 성장 비결? 평소 연구개발에 힘써라

독일기업의 철학에서 배우는 경영의 정도 #2


1924년 다임러 사와 벤츠 사의 합병으로 탄생한 메르세데스 벤츠.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본사를 둔 벤츠 자동차가 지금까지 100여 년 동안 속도와 안정성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성을 얻은 비결은 무엇일까. 단연코 1등 브랜드라는 명예에 안주하지 않고 연구개발에 집중해왔기 때문이다.

벤츠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영업이익의 90% 가량을 연구개발(R&D) 비용으로 재투자한다. 벤츠가 2009년에 투자한 연구개발비는 45억 유로, 약 7조 원에 육박한다. 매출액(1,000억 유로) 대비 4.5%에 달하는 규모로, 벤츠가 에어백과 ABS시스템 등 다양한 안전 장치를 세계 최초로 개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대대적인 연구개발비 투자에 있다. 전기차 선두 주자인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가 최근 5년 간 연구개발에 투자한 금액(25억2000만 달러)보다도 훨씬 앞서는 수준이다.

벤츠는 디자인과 속도감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특히 안전장치 개발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해왔다. 자동차의 기본은 디자인이 아니라 탑승자의 안전을 생각하는 정신과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각종 안전장치라고 생각하는 것이 벤츠만의 특징이다.

몇 년 전 당시 디터 제체 독일 다임러그룹 회장이 서울을 찾아 기자간담회를 열고 사업계획을 발표했는데,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에 소규모 R&D 센터를 설립하겠다는 것이었다. 제체 회장은 R&D 센터 건립과 관련해 “한국인은 텔레매틱스(Telematics)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어 한국 고객의 수준 높은 요구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이 벤츠 세계 매출 중 13번째를 차지하는 국가로 위상이 높아진만큼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맞춤형 연구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벤츠는 특히 한국에 세계적인 IT 기술력을 갖춘 기업들이 많아 일단 R&D 센터를 열고 다양한 측면에서 활용방안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벤츠와 함께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세계 1위 자동차 부품회사 보쉬(Bosch)도 아무리 힘들어도 R&D를 고집하는 대표적인 회사다. 2010년 이 회사의 R&D 규모는 총 매출의 8.1%인 38억 1,000만 유로로 6조 원에 육박한다. 특히 2009년에는 금융위기로 11억 9,700만 유로의 적자를 봤지만, 오히려 흑자일 때보다 R&D 비중을 9.4%로 더 높였다. 당장 어렵다고 R&D 예산을 줄이는 것은 미래를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보는 것이 바로 보쉬 기업의 철학이다.

보쉬는 항상 매출의 7∼10%를 R&D에 투자하고, 전체 임직원 가운데 R&D 관련 인력을 10%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 덕분에 1886년 로버트 보쉬가 설립한 정밀기계 및 전기공학 작업장에서 출발한 보쉬는 2010년 472억 5,900만 유로의 매출을 올린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매출보다 더 주목할 점은 수많은 자동차 업체가 몰락을 거듭하는 사이에도 꾸준히 성장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보쉬는 1887년 내연기관용 저압 마그네토(점화장치 부품) 개발을 시작으로 가솔린 분사 펌프, 잠김방지 브레이크시스템(ABS) 도입, 전자식 주행안전장치(ESP), 디젤 커먼레일시스템 등 다양한 신기술을 끊임없이 선보였다. 2010년에만 세계적으로 3,800건 이상의 특허를 신청했다. 이런 신기술은 자동차의 성능과 안전, 연료소비효율을 높이는 데 목말라 있는 자동차회사들이 가져다 쓸 수밖에 없었고 자연히 보쉬의 입지는 자동차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올라가게 됐다.

독일은 사실 국가 전체가 거대한 R&D센터다. 제1·2차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이 전후에 고속성장을 이룬 원동력도 바로 풍부한 연구개발 인프라에 있다. 독일에서 연구개발에 종사하는 연구원 수는 50만 명에 육박하며, 그중 3분의 1이 과학자와 엔지니어이고, 나머지는 전문기술자들이다. 연구개발에 대한 인프라 구축은 옛 동독지역에도 적용돼 1990년 통독 이후 2년 동안 이 지역에만 100개 이상의 각종 연구기관이 신설돼 1만 2,500명의 연구인력이 고용됐다.

독일에서는 종합대학, 기술전문대학, 연구소 간의 업무 분담이 명확하다. 종합대학은 자연과학, 정신과학 분야의 기초학문 연구에 집중한다. 기술전문대학은 과학기술의 응용 연구에 중심을 두어 연구기관 및 산업체와 밀접한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연구소는 고부가가치 기술개발 연구를 수행하며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산업체 등에서 자금을 지원받는다. 독일 정부는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기업체에 세제 혜택을 준다.

독일은 헌법을 통해 기초과학과 연구개발 장려정책을 명시하고 있으며 연구와 교육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독일연방의회는 국가적인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한편 종합연구보고서를 작성해 그 성과를 국민들에게 알린다. 중앙 및 지방 정부는 신기술 및 신제품 개발이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업에게 세금 감면이나 보조금 지급 등의 혜택을 준다. 독일 정부는 국가가 선정한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진행을 업계 자율에 맡기는 대신 연구자금에 대한 감리, 감독을 철저히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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