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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진 NOW ]
  • 입력 2017.08.08 09:30

百聞이 不如一見이 아니라 不如一食!

기업커뮤니케이션 #8

 

 

제품우선주의에서 관계우선주의로 전환

20세기까지의 성공 방정식은 ‘제품우선의 법칙’이 될 수 있다. 모든 전략적 사고의 출발점은 바로 제품이었다. 동종업체들과의 경쟁에 대한 강박관념이 지배했다. 제품을 중심으로 모든 전략과 시스템을 구축했다. 제품우선의 법칙이 효과가 있었을 때는 변화의 속도가 느렸고, 상대적으로 치열하지 않은 경쟁, 그리고 소비자들의 정보 또한 부족한 상황에서는 가능했던 얘기다.

1970~80년대까지만해도 TV는 각 가정에서 고가의 가전제품이었다. 고풍스런 4개의 다리는 물론 양쪽으로 문짝을 달아놓을 정도였다. 그 TV제조사에 문짝을 독점적으로 공급하던 목재가공업체가 있었다. 독점이었기 때문에 나무 문짝으로 돈방석에 앉았음은 물론, 추가적인 목재와 설비 및 목수의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당시 TV는 배불뚝이였고 15인치만 넘어서도 큰 화면이라 했다. 그런 TV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평면이 되고 벽걸이가 되고 지금은 수십 인치 사이즈가 거실 벽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과정 속에서 TV 문짝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다. 새로운 TV모델들이 쏟아져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문짝 제조를 위한 설비와 목재에만 목을 메고 있던 목재가공업체는 결국 도산했다. 눈 앞의 제품 하나 밖에 볼 줄을 몰랐던 것이다.

새로운 기업 모델로 가기 위해서는 ‘관계우선의 법칙’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누구나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 지에 대한 예언을 기대한다. 미래에 독점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제품이 무엇이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하지만 변화에 능수능란한 조직은 ‘미래는 어떻게 바뀔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먼저 받아들인다. 그래서 미래가 예측하지 못한 기회로 다가올 경우 재빨리 거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관계를 구축해둔다.

코 밑의 진상이 제일

기업이나 조직의 관계뿐만 아니라 개인간의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살다 보면 어떤 사람이든 취업이나 이직 또는 그 밖의 중요한 일과 관련하여, 자신의 삶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사람은 뜻밖에도 가까운 사람들 보다 겨우 몇 번 정도 만난 사람들일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절친이 소개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인간 관계가 그만큼 중요한 법이다. 인간관계는 그냥 만들어지는 것 같지만 함께한 시간과 경험을 통해 구축된다. 굳이 발품을 팔아서 대면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메일이나 주고 받는 것 보다는 전화로 말하고 듣는 것이 낫다. 그리고 전화기 붙들고 있는 것 보다는 만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리고 만날 때는 맨입 보다는 무언가를 함께 먹는 것이 훨씬 낫다. 전략적이라는 말은 이렇게 밥을 함께 먹거나 하면서 수반되는 비언어적인 사항까지 다 고려된 것이다.

약속이 아무리 많아 봐야 일년 중 점심은 250번이 고작이다. 저녁 약속 150번 정도를 합쳐보면 400회 내외가 된다. 일년 365일중에서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면 250일 정도가 된다. 거기에 주말 결혼식이나 장례식장 방문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런 노력의 결과, 아무리 깐깐한 사람이라도 밥을 함께 먹은 횟수가 늘어감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예전에 모시던 임원이 성격이 좀 괴팍해서 팀원들뿐만 아니라 거래처 사람들도 꺼려했을 정도였다. 하필 거래처 사람들 중에서도 유달리 깐깐한 축에 들었던 김모 부장과 식사 약속을 잡으라는 그 임원의 지시가 떨어졌다.
“거래처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길래 내 전화를 씹는 거야? 빨리 식사 한번 하자고 해.”

그런데 김 부장에게 전화를 하니 반갑게 전화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식사 제안도 단번에 오케이였다. 서로 가능한 날짜를 확인하면서 임원을 모시고 나갈 예정인데 괜찮을 지 슬쩍 물었다.
“싫습니다. 그러면 저는 빠질게요. 다른 사람이랑 하세요.”
“그러지 마시고 함께 해요. 취소할 때 하더라도 약속만이라도 좀 부탁합니다.”
“그것도 싫습니다.”
결국 그 거래처와의 비즈니스는 그 뒤로 흐지부지 되었고, 어색한 관계가 된 것은 물론이었다.

미국의 CBS 과학기술전문기자로 유명했던 피터 노왁은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를 통해서 인류의 전 역사는 결국 전쟁과 섹스와 음식에 대한 세 가지 욕구를 둘러싸고 발전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공학박사 출신의 한스컨설팅의 한근태 대표는 <리더가 희망이다>에서 ‘밥을 같이 먹기 위해서는 애정이 있어야 한다. 애정 없이 같이 밥을 먹기는 쉽지 않다’고 강조한다. 한 직장에서 일도 같이 하지 않고 별다른 이해관계가 없음에도 밥을 자주 먹는다면 두 사람 사이에는 뭔가가 있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 하는 말 중에서 가장 흔한 거짓말이 ‘밥 한번 먹자’ 이지만, 우리에게 밥은 단순히 ‘한끼 때우는 것’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함께 하는 경험 중에서 두 번째로 가장 나은 방법이 밥을 먹는 것이다. 사람 대 사람이 가장 원초적인 생산성의 관계가 함께 밥을 먹는 것이다. 첫 번째는 독자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때문에 밥을 함께 먹는다는 행위 그 자체가 이미 뭔가를 함께 나누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성인 직장인이 할 수 있는 부정적 표현 중 가장 강도가 높은 것이 바로 식사 거절이라 할 수 있다. 비즈니스계의 사형선고나 같다.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기업가 정신’을 강의하는 성공적인 작가와 투자자이자 글로벌 CEO, 석학, 그리고 언론들로부터 ‘우리 시대 가장 혁신적인 아이콘’으로 평가 받고 있는 팀 페리스는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그 사람의 마음을 열고 들어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사람의 마음에 ‘남아야 한다.’ 마음에 남아 오랫동안 그 사람의 옆에 있어주는 것이다.’고 했다.

백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고, 백번 보는 것 보다 한번 실행 해 보는 것이 더 낫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는 백번 듣는 것 보다 한번 같이 밥을 먹는 것이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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