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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진 NOW ]
  • 입력 2017.08.01 08:15

저는 절대 눈치 같은 거 안 봅니다

기업커뮤니케이션 #7

 

 

내 친구의 말은 여론, 남의 말은 테러?

예전에는 기업도 그렇고 개인도 정치적으로 중요한 인사 정도가 아니면 평판 같은 것은 별로 생각지도 않았다. 하지만 갈수록 평판은 중요해지고 있다. 지금은 웬만한 개인의 경우에도 평판을 고려하게 된다. 개인에 대한 주위의 평판이 곧 그 사람을 대변해 준다고 볼 수 있다.

오마하의 현자라고 불리는 워렌 버핏이 평판에 관해 한 말이 있다. ‘좋은 평판을 쌓는 데는 20년이 걸리지만 그 평판을 무너뜨리는 데는 5분이면 족하다.’ 긍정적인 소식은 부정적인 소식보다 힘이 약하다. 때문에 사람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부정적인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데에는 상당한 세월이 필요하지만, 긍정적인 인식이 부정적으로 바뀌는 것은 순식간이다.

모 경제신문사에서 지금은 산업부장으로서 중책을 수행하고 있는 조 모 부장이 차장이던 시절, 술 값 내기했던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기업의 인재 선발 기준에 관한 것이었다. 고심했던 시리즈 기획안을 술자리 대화 중에 끄집어 냈단다.
“실력이 뛰어 난데 인성이 좀 딸리는 사람과 실력은 좀 부족하나 인성이 된 사람 중 기업은 누구를 선호할까?”
“에이,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십니다. 인성이 떨어지는 데 실력이 무슨,,,,”
“아니야, 내 생각에는 박빙일거 같은데.”

당시 술자리에 함께 했던 사람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내놓았지만, 조 부장은 당연히 논쟁거리가 될 것이라 자신 했다. 옥신각신 대다가 결국 내기가 되었다. 조 부장이나 상대나 마찬가지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솔직히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약간 있었지만, 어쨌든 술자리 상황은 그렇게 종료됐다.

일주일이 다 되어 갈 무렵, 조 부장은 전화를 돌렸다. 그리고 다짜고짜 “내가 잘못 생각했어. 내가 졌어”라며, 그 동안 국내 여러 주요 기업 인사팀장들을 대상으로 취재 했던 결과를 설명했다.

국내 여러 기업들의 인사팀장들은 한결 같은 반응이었다고 했다. ‘인성이 부족한 사람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건 제대로 된 실력이 아니다. 기본적인 인성이 갖춰진 사람이라야 대상이 된다.’ 결국 조 부장은 대형 기획 시리즈를 줄여서 ‘우문에 현답’이라는 칼럼 기사를 하나 게재하는 것으로 마감했다. 물론 내기에 졌으니 술은 거하게 쐈다.

그 얘기를 듣고 나니 오히려 두려움이 엄습했다. 사람의 인성을 어떻게 평가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인데, 필시 그가 몸 담았던 조직 사람들의 평판에서 갈릴 수 밖에 없다. 결국 내가 잘 되고 못 되고는 내 스스로 실력을 키워 나가는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에서 결정된다. 칼 자루를 내가 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평판은 저절로 생겨난다?

최근에 평판조회 전문 컨설턴트들이 뜨는 직업으로 소개될 뿐만 아니라 서점가에서도 평판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취업포탈 잡코리아가 국내 기업 인사담당자 527명을 대상으로 지난 2015년에 경력직 채용 시 ‘평판조회’를 하는 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55.6%가 조회 한다고 답을 했는데, 그 이후로 평판 조회는 더욱 늘었을 것이다.

흔히 ‘레퍼런스 체크’라고 하는데, 이전 직장에서의 직무역량, 성과, 전문성, 의사소통, 조직 적응력, 리더십 그리고 인성 등을 주변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검증하는 것을 말한다. 굳이 평판 조회 전문가가 아니어도 이전 직장 또는 그 사람을 아는 주변 인물들에게 전화해서 ‘어떤 사람인가요?’라며 한 마디 물음으로써 체크할 수 있다.

연예인이 되었든 작가나 감독이 되었든 간에 셀럽이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에서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는 사람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인사 잘 하고 남들 잘 챙겨준다’는 평가다. 그들의 평판을 집약적으로 대변해 주는 말이다. 광고나TV 프로그램에서도 오랫동안 살아 남는다. 알고 보면 평판 좋은 사람이 오래 간다.

모 그룹에 착하게 살면 좋은 평판이 쌓이겠지 하는 생각에 사내 모든 사람에게 항상 잘 해 주고자 하던 팀장이 있었다. 모두가 그를 ‘젠틀맨의 표상,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며 입을 모았다. 팀장까지는 그럭저럭 올라왔지만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사람 좋다는 평은 많은데 주요 프로젝트에서는 꼭 경쟁에서 밀리기 일쑤였다.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 듣지 않기 위해 거절이라는 것을 몰랐다. 어떤 사안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을 내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회식 자리에서도 한번도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주장하는 법이 없었다. 주위에서 그를 나쁘게 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주요사항을 결정하거나 평가할 때 끼지는 못했다. 심지어 팀원들도 다른 부서와의 조율이 필요하거나 할 경우 팀장의 태도로 인해 손해 본다는 느낌이 팽배했다. 결국 그는 ‘착하기만 한 사람’일 뿐이었다.

싫어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게 곧 좋은 평판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때로는 단호한 모습이 필요하고, 나서야 할 때와 물러설 때를 분명이 하는 사람이 제대로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다. 행여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생길까 싶어 모두에게 잘하면, 사실 어느 누구도 제대로 좋아하지 않게 된다. 그렇다고 일부러 평판을 의식하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때문에 평소 조심스럽게 관리해 나가야 하는 것이 평판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청와대와 장관급 내정자들에 대한 첫 인상은 신선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생각지도 못한 흠결이 드러났다.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그 중 눈에 띄는 한 사람이 있었다. 낡고 헤진 가방을 늘 봐왔다는 제자에서부터 지지 성명을 발표한 498명에 이르는 학계와 경제계 인사들도 있었다. 결과와 상관없이 평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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