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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진 NOW ]
  • 입력 2017.07.24 08:00

거봐, 내 이럴 줄 알았어!

기업커뮤니케이션 #6

 


최선을 다해 일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눈치 보게 만드는 조직

잘 되는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의 차이는 별로 크지 않다. 그리고 요즘 직장인 치고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 별로 없다. 차이는 회사 전체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가, 아니면 회사에서 자신이 살아 남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서 눈치 보며 발버둥 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의 로버트 서튼 교수가 저서인 <또라이 제로조직>에서 언급한 내용이 새롭다. 어느 병원의 간호사 조직에 대한 조사에서, 리더십과 동료관계가 좋다고 알려진 부서의 실수가 훨씬 많았다고 한다. 가장 훌륭한 리더가 있는 부서가 최악의 리더가 있는 부서에 비해 무려 열 배나 실수가 많았다. 여기까지는 충격이다.

어떻게 우수한 리더십에서 실수가 더 많을 수가 있지 하는 궁금증도 잠시였다. 우수한 리더 휘하의 부서 간호사들이 실수에 대해 훨씬 더 많이 보고하기 때문이었다. ‘심리적으로 편안하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서튼 교수는 ‘두려움이 고개를 쳐들면 회사가 잘 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고 강조한다.

연예인인지 경영인인지 헷갈리는 사람이긴 하지만 더본코리아의 백 모 대표가 요식업과 관련된 강좌에서 한 말도 인상 깊다. 강의 중 받은 질문이 ‘손님이 와도 멀뚱멀뚱 하고 일을 잘 못하는 직원이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였다. 그런데 대답이 걸작이었다. “직원이 멍청하다면 그건 바로 사장님한테 그렇게 배웠기 때문입니다.” 질문했던 식당 사장이 어떻게 했을 지 궁금하긴 하지만, 요식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 조직에서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니 탓이오’만 한다면 반복되는 실수를 막을 수가

직장생활 하다 보면 온갖 일 다 당하기 마련이다. 그 중 무서운 건 일 열심히 했는데 뭔가 잘 못되었을 경우,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단계적으로 내려오는 꾸지람이다. 각 단계별로 내려오면서 정도가 조금씩 더해져서 마지막에는 처음 강도의 몇 곱절이 된다.

잘못됐을 때, 사람들은 아래로 전가시키는 경향이 있다. 가장 말단까지 내려가는 경우는 잘 없지만, 심한 조직의 경우 맨 마지막으로 관련된 사람을 비난하고 책임을 묻는다. 주위에서 사실 너무나 많이 봐 왔다. 소위 몸통은 건드릴 수 없으니 애꿎은 ‘깃털’ 몇 개로 때우는 식이다. 이렇게 해서 누군가는 만족할 수 있을 지 모르지만, 같은 잘못이 반복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사실 아래만 봐서는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지인 중의 한 사람인 모 회사의 강 부장은 지난해 초, 40대 중반을 넘어서야 팀장이 되었다. 줄을 잘못 선 덕분인지 부장이었으면서도 팀장이 따로 있어서 설움을 곱씹고 있던 참이었다. 오랜 근무 경력과 노하우가 있었기에 자신이 팀장이 되면 누구보다도 잘 할 자신이 있었다.

팀장이 된 첫날, 팀원들에게 자신의 포부를 밝히며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그리고 관련 업무가 많은 인접 부서 팀장들에게도 잘 좀 도와줄 것을 부탁했다. 잘 될 것으로 믿고 의욕적으로 많은 일을 벌였다.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팀원들은 물론 타부서에서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다고 자주 고민을 토로했다.

급한 마음에 강 부장은 자신의 오랜 경험을 살려서 팀원들에게 일에 대한 답을 하나 하나 일러주며 일을 시켰다. 인접 부서장들에게는 지원을 요청하면서 따지기도 했다. 하지만 일은 계속 허당이었다. 거의 일년 동안 안달복달 하던 강 부장도 지쳐갔다. 노력한 대로 결과가 따라 주지 않는 것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뻔히 알려줬음에도 불구하고 기대한 만큼 일이 되지 않았기에, ‘거봐, 내 이럴 줄 알았어. 내가 뭐라디?’ 하는 말이 저절로 튀어 나왔다.

팀원들은 세세한 지시에 익숙해진 탓인지 지시를 기다리기만 했고, 답을 알려주지 않으면 답을 찾으려는 시도도 하지 않는 듯 했다. 일 년이 지날 즈음 강 부장은 ‘내가 없으면 우리 팀원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내가 현정화라면 현정화야”

‘A급 인재는 A급 인재를 뽑고, B급 인재는 C급을 뽑는다.’ 포춘의 선임기자인 애덤 라신스키가 <인사이드 애플>에서 강조한 말이다. 사람을 뽑는 경우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A급 인재는 휘하의 팀원들을 A급으로 만들지만, B급 인재는 C급으로 전락시킨다.

사람의 심리는 묘해서, 어떤 경우에는 주위 사람들보다 돋보이고 싶어하는가 하면, 또 다른 경우에는 자기 보다 더 나아 보이는 친구들에게 묻어가기를 원한다. 일상 생활이야 그런 심리가 별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회사 특히 잘 되는 조직과 못 되는 조직의 차이는 ‘인재는 인재를 뽑고 둔재는 둔재를 뽑는데’에 있으며, ‘인재는 인재를 만들고 둔재는 둔재만 만드는 속성’에 있다.

지금 아재 세대들이 한창 활약하던 시기에는, 리더가 모든 것을 알고 지휘하고 명령했다. 팀장이나 임원이 되면 서랍에 빨간펜, 파란펜 그것도 아니면 일명 구리스펜이라고 불리는 굵은 색연필로 팀원들이 내민 서류를 평가만 했다. 일단 붉은 글씨로 수정한 이상 따라야 할 수 밖에 없었다. 영화 ‘넘버 3’의 유명한 대사처럼 아무리 임춘애가 맞더라도 ‘내가 현정화라면 현정화야’라는 식이었다. 21세기형 리더는 바뀌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능력을 끌어내고 발휘하도록 끌어야 한다.

고민 많던 강 팀장이 어느 날 실마리를 잡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우연히 참여한 리더십강의에서 해답을 듣고 놀랐다고 했다. 팀장이 되어 먼저 포부를 밝히고 따라줄 것을 요청하기 보다는, 팀장이 되어 팀원들과 인접 부서에 무엇을 해 주면 좋을 지부터 먼저 들었어야 했단다. 그랬다면 지난 1년여 동안 그들이 보여온 모습과는 정반대가 되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결국 팀원들 업무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부족하다 느꼈던 원인이 본인에게 있었다. 기대하는 바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거나, 지원이 부족했거나, 확인 작업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지만 강 부장은 지금이라도 너무 늦지 않았기를 바라면서 조금씩 더 들으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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