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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진 NOW ]
  • 입력 2017.07.04 08:15

감독겸 4번 타자겸 에이스가 되고 싶다면

기업커뮤니케이션 #4

 

 

계급이 높아지면 박수 받고 싶은 욕심이 고개 들어

보통의 여성이 싫어하는 세가지 이야기가 있다. 첫 번째는 군대, 두 번째는 축구 그리고 세 번째는 군대에서 축구 한 얘기다. 반대로 성인 남자들이 모이면 자연스레 화제가 되는 것이 군대고 축구 야구고, 왕년에 군대에서 축구 하면서 날렸던 얘기로 자연스레 흐른다.

군대는 누구나 끔찍하게 가기 싫어하는 곳이지만, 학력과 나이에 상관없이 세월이 흘러가기만 하면 누구나 상급자로 올라 선다. 말년 병장쯤 되면 그 무리에서는 최고 대우를 받는다. 때문에 운동장에서도 왕고참은 스트라이커가 되어서 폼 잡을 수 있다. 계급의 힘 때문에 왕고참은 감독도 되고 스트라이커가 되어도 누가 뭐라 할 사람 없다. 사실, 사회에서는 그 나이에 그만한 대접 어디서도 받기 힘들다. 그렇기에 매번 곱씹어도 괜찮은 추억이 된다.

직장생활에서 인정 받게 되는 것이 바로 승진이다. 사람은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입사 후 그런 속마음을 참고 벙어리 삼년 귀머거리 삼년 장님 삼년의 마음으로 버틴다. 그러다가 석 삼년 고난의 기간이 지나고 직급이 높아지기 시작하면 박수 받고 환호 받고 싶은 욕심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팀원일 때야 감히 티 내지도 못하고 박수만 보냈지만, ‘계급이 깡패’라는 말처럼 소위 ‘윗선’의 대열에 끼게 되면 감춰왔던 본심을 숨길 필요가 없어진다.

‘조직을 성장시키는 법’은 ‘조직의 리더로 성장하는 것’

언론에서 꼴불견 상사에 대한 설문조사는 너무 흔한데, 지난해 H모 기업에서 임직원 800명을 대상으로 ‘이럴 때 리더를 챙겨주고 싶다’는 설문조사를 했다. 무려 58%가 ‘리더가 후배의 잘못을 짊어지고 상사에게 질책 당할 때’를 꼽았다. 그 다음이 ‘후배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도움 청할 때(20%)’, 그리고 ‘바빠서 끼니도 못 챙길 때(10%)’를 꼽았다.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바로 리더로서의 본보기가 되는 것이고 후배들을 자라게 하는 자양분이 된다.

하지만 아직도 자기 앞에서 굽신거리는 사람을 높게 평가하고 지적질에 책임 떠넘기고 후배들이 한 성과를 가로채는 상사놀이에 익숙한 사람들이 흔하다. 미국에서도 직장을 옮기는 사람의 40%가 첫 번째 이유를 상사 때문이라고 꼽는다고 한다. 부담스런 짐들은 후배들에게 미루고, 칭찬과 박수는 받고 싶은 상사놀이에는 사실 국경이 없다.

예전에 어느 강의 중에 ‘사자가 대장으로 있는 양의 무리와 양이 대장으로 있는 사자 무리가 싸운다면 어느 쪽이 이길까?’하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사람들은 ‘에이, 그래도 사잔데’ 하면서 사자 무리를 택했다. 하지만 강사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양이 대장인 사자 무리는 자신들이 양인 것처럼 생각하게 되지만, 사자 대장으로부터 용맹함을 배운 양들은 스스로가 사자라고 생각하며 싸우게 된다는 것이었다.

세계 최고의 리더십 전문가로 손꼽히는 존 맥스웰은 그의 저서 <행동 리더십>에서 ‘나약한 팀에 위대한 꿈이 있는 것보다는 나약한 꿈에 위대한 팀이 있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그리고 ‘상위 1%의 위대한 리더’가 가지는 한 가지 공통점은 좋은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리더의 가장 중요한 임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팀원의 잠재적 가치를 알아보는 리더가 있다면 계속 성장하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 그러면서 ‘조직을 성장시키는 유일한 방법은 조직을 이끌 리더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잭 웰치 역시 리더의 성공은 다른 이들로 하여금 성장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알 법한 국내 O기업은 황 모 대표가 젊은 시절, 리비아 대수로공사가 한참이던 80년대 중반, 중동에서 일하며 모은 월급을 시드머니로 80년대 말 사업을 시작해 지금은 어엿한 중견그룹으로 성장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M&A도 병행하면서 성장해 왔는데, 웬일인지 2010년 이후로는 성장이 정체되고 말았다.

시장에서는 수익성 떨어지는 독특한 비스니스 모델을 원인으로 지적하지만, 문제는 조직 침체와 활력 저하에 있었다. 겉으로야 신규 사업을 내세우고, 조만간 신성장동력으로 활로를 뚫을 것이라고 하지만, 그 회사를 잘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흔든다. 창업부터 20여년간의 성공은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초기 몇몇이 그 주역이었다. 그런데, 지금 정체되다 못해 쇠퇴하고 있는 이유도 그들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권재현(主權在現), 매뉴얼 상의 ‘작업’ 보다 창조적인 ‘일’을

사업 초기야 고생도 소수의 몫이지만 성공의 열매도 그들의 독차지였다. 그때부터 어떤 일이든 그 몇몇이 항상 박수를 받게끔 해야 일을 잘 한 것이라는 인식이 생기게 됐다. 심지어 중요하지만 그들이 박수 받지 못할 일이라면 임직원들이 일단 시도 자체를 꺼렸다. 특히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한 업무들은 도외시 되기 일쑤였다.

앞서 말한 O기업은 현재 임직원 수가 1,000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작은 결정 하나라도 초기 개국공신 몇몇에 모든 것을 보고해야 움직일 수가 있다고 한다. 아무리 그 일을 오래 해온 전문가급 팀장과 임원이라 하더라도 예산이나 결정권한이 없다. 심지어 거래처 사람과 식사를 할 지, 술을 할 지에 대한 결정도 미리 컨펌을 받아야 하고, 업무상 지출되는 몇 만원 규모도 사전 보고 없이는 진행 불가다. 그야말로 예전 서너 명이 머리 맞대고 고민하던 스타트업 시스템이 아직도 그대로인 것이다.

에버노트의 공동 설립자인 필 리빈은 ‘3과 10의 배수에 주목하라. 회사 규모가 대략 3배 커질 때마다 회사의 모든 것이 변한다. 3과 10의 규칙은 축복이 아니라 경고다’라고 했다. 1명이 3명이 되고 10명이 되고 30명이 되어 3또는 10의 배수가 될 때마다 회사 시스템의 모든 것을 바꾸라고 강조한다. 각 단계마다 제로 베이스에서 재구축해야 한다. 초기 몇 명이 꾸려갈 때와 수십 명이 되었을 때가 달라야 하고 다시금 수백 명 규모로 늘어났을 경우에는 전혀 새로운 시스템이 적용되어야 한다.

잃어버린 20년으로 표현되는 일본의 장기 불황 시대에도 3,600배로 성장하며 평당 매출 10배의 신화가 된 종합할인점 ‘돈키호테’의 CEO인 야스다 다카오도 초창기 그가 모든 것을 다 결정할 때는 부침을 많이 겪었다. 하지만 ‘주권재현(主權在現)’ 즉 주권은 현장에 있음을 명확히 하고 난 뒤부터는 그 성장세가 눈부셨다. 돈키호테에서 매장 담당자는 상품을 구매할 전적인 권한과 자유재량권을 갖는다고 한다. 매뉴얼을 제공하면 일시적으로는 업무 효율이 높아질 지 모르지만 그건 ‘작업’에 불과할 뿐, 창조성이 따르는 ‘일’은 될 수 없다고 설명한다.

O기업에서는 재량권이 인정되지 않으니 결정을 내리고 업무를 진두 지휘해야 할 중대장 대대장 급인 팀장 임원들의 목소리에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그 분야를 누구보다 잘 아는 현장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현장을 잘 알지도 못하는 몇몇 결정권자의 재가를 늘 기다려야 한다. 돌격이냐 후퇴냐에 대한 판단이 전투 현장이 아니라 육본에서 날라오는 셈이다. 번번히 돌격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권한을 위임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신뢰’다. 아직도 몇몇이 스포트라이트와 박수를 독차지 하고 싶어서, 감독이고 싶고, 득점을 올리는 4번 타자로, 그리고 에이스로 다이아몬드의 중심에 서고 싶어 하는 것을 관중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한다. 관중들 수준이 옛날처럼 그냥 구경꾼 정도가 아니다. O기업은 시장 지배력도 있고 비전도 있지만, 관중이라고 할 수 있는 시장이 별로 기대하지 않는 아까운 기업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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