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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진 NOW ]
  • 입력 2017.06.21 01:06

올 한 해 당신이 뭘 했는지?

기업커뮤니케이션 #2

누구나 자기가 맡은 부분, 그것도 일에만 집중하게 돼 있어

예전에 팀원으로 근무하던 대리가 결혼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아 임신을 했다. 기쁜 소식이기도 하고 초기에는 특별한 배려도 필요했기에 임원실에 들어가서 보고를 했다.

“박 대리가 결혼한 지 석 달 만에 임신을 했습니다. 야근이나 힘든 일은 줄이겠습니다.”

“오, 그래? 축하해줘야겠구먼. 당연히 신경 써 줘야지.”

그런 얘기가 오고 간 지 두어 주가 지난 뒤였다. 어쩌다 사무실에서 오후에 간식으로 피자를 먹게 됐다. 팀 막내가 사람 숫자대로 컵을 가져와서 콜라를 붓다가 마지막 잔에는 생수만 따라서 사람들에게 돌렸다. 그러자 임원이 한 마디 했다.

“아니, 왜 콜라가 남았는데 물을 따르는 거야? 다 같이 먹어야지. 박대리는 콜라 안 줘?”

순간 막내가 멈칫 하면서 팀장을 바라봤다. 임신한 선배를 배려해서 탄산음료는 피하게 해 주려다가 괜히 면박 받은 것도 그렇고, 말은 안 해도 ‘전에 선배 임신 말씀 드렸다고 하셨잖아요? 팀장님’하면서 물어 보는 듯 했다. ‘내가 분명히 말씀 드렸어.’ 눈 빛으로 대화를 주고 받으며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팀장이 어색함을 깨고자 한 마디 했다.

“박 대리는 임신을 해서 탄산음료는 마시면 안 되니까요.”

“엥, 벌써 임신을 했어? 왜 말 안 했어. 축하할 일이구먼. 축하해. 다 같이 박수.”

어색한 분위기에서 다들 박수는 치고 있었지만 서로 얼굴을 번갈아 가며 쳐다 보았다.

얘기를 들었어도 잊을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잊을 일인가 싶었던 것이다. 리엔지니어링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마이클 해머 박사는 그의 저서 <빨리, 싸게, 멋지게>에서 ‘근본적인 문제는 모두가 자기가 맡은 것에만 집중하느라 다른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 지에 대해 알고 있지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사실은 그러고 싶지 않지만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도록 조장하는 것이 오늘날의 기업 행태 아닌가? 나는 최선을 다해 나의 임무를 수행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업무를 어떻게 하는 지가 아닌 이행 결과에만 관심

팀장이나 임원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가장 큰 주안점은 일을 어떻게 진행시키느냐에 있다. 때문에 팀원들이 일을 어떻게 진행하는 지에 대해서 보다 다음 단계로 진행시킬 수 있도록 제대로 완수 했는지 하는 결과가 더 큰 문제로 다가오는 것은 당연하다.

어떻게 일을 해 나가느냐 보다는, 정해진 기한 내에 완수 해야 하는 데에 사용되는 수단으로서의 팀원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평소 여러 프로젝트에서 팀원들과 수시로 부대끼지만 일의 결과가 더 중요하다. 기업의 조직과 일은 피라미드 형태로 위로 갈수록 사람 수는 적어지고 일도 모이게 된다. 그런데 위에 있는 사람도 의외로 나름 신경 쓸 일이라는 것이 항상 존재한다.

한번은 연말 회식 때였다. 다들 잔을 따르고 임원이 한 말씀 하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해를 마감하며 팀장부터 팀원들에 이르기까지 이름을 거론하며 한 마디씩 덕담을 했다. 그런데 팀 업무의 주축이었던 최 대리에 이르자 임원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겸연쩍은 웃음을 띠며 한 마디 던졌다.

“근데 난 최대리가 일년 동안 뭘 했는지를 모르겠어. 내년부터는 좀 더 열심히 하자구.”

그 말에 다들 얼굴이 금새 벌개졌지만, 어쨌든 건배를 하고 한 해를 마무리 했다. 팀원이라고 해봐야 다섯 명인데 그 중 가장 많은 일을 해왔고, 팀의 허리라고 할 수 있는 최 대리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이었다. 너무 여러 일을 해서 뭘 하나만 말하기 뭐 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지만, 사실 임원의 자리에서 보면 대리의 분주함에 대한 이유를 일일이 알아채기란 힘들기도 하다.

당신도 모르는 당신, 팀원들은 일주일이면 속속들이 파악

팀원, 팀장 또는 임원 모두 저마다의 역할이 있기에 현실에서 쉽지는 않겠지만, 일한 보람을 느끼게 하려면 일 자체에 책임감을 갖도록 해야 함이 필수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생산적인 일, 피드백, 지속적인 학습이 수반돼야 한다. 그리고 평소에 계속 이루어져야 한다. 독일의 대문호인 쾨테는 ‘현재의 모습대로 사람을 대하면 그는 그대로 거기 머무른다. 하지만 더 나아질 수 있는 모습대로 대한다면 정말로 그렇게 되도록 도와주는 셈이 된다’고 했다.

팀장이나 임원이 새로 오면 팀원들이 성향을 파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웬만해서는 거의 일주일을 넘지 않는다. 자기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자잘한 습관이나 성향을 팀원들은 단 일주일이면 꿴다.

물론 세밀한 부분까지야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침잠이 없어서 출근을 일찍 하는지, 보고서 형식은 어떻게 해야 하고, 양복 셔츠 넥타이의 스타일은 어떻게 연출하는지부터 소맥을 좋아하는지, 주량이 얼마인지, 커피를 좋아하는지 차를 선호하는지, 다방식 커피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아메리카노를 즐기는지 이런 개인 성향까지도 속속들이 파악하게 된다. 심지어 화장실에서 몇 분 정도 머무는 지까지 말이다. 이 세상 그 어디서 그런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직원들이 회사에 존재하는 건 그들의 장점과 능력 때문

반대로 상사들은 팀원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데에 얼마나 걸릴까? 한 달, 일 년? 사실 이런 질문이 무색할 정도로 상사는 팀원들의 성향이나 세세한 디테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대충 파악한다고 해도 적어도 일년은 걸리지 싶다. 심지어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기껏 회식자리에서 술 김에 스포츠, 영화, 음악 같은 얘기나 취미생활도 얘기 나누지만, 자신의 기호에 맞거나 특이한 한 두 가지 외엔 누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도 못하고, 다음 회식 때 또 비슷한 얘기를 늘어놓기 일쑤다.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팀장이나 임원은 자신의 지식과 능력을 이용해 전체의 성과를 거두는 일이 최대 과제다. 하지만 이들 전문가들의 성과는 다른 누군가에게 지식이 되고 정보가 되어야 하며 그 전달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게 곧 팀원들이 일을 어떻게 해 나가는 지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될 수 있다.

매니지먼트 한다는 것은 사람들의 장점을 살리는 일이 되어야 한다. 조직 내에서 그 사람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 사람이 지닌 장점과 능력 때문이다. 조직은 이런 사람들의 장점을 생산으로 연결하고, 약점을 중화시키는 것에서 강점이 생긴다. 장점과 능력이 극대화 되기 위해서는 먼저 관심 받아야 하고 회사 업무라는 무대 위에 제대로 세워야 한다.

감독의 관심 밖에서 연출 의도를 알지 못한 채, 배우가 혼자 아무리 열심히 대사를 외운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된 연기를 수행할 수 없다. 까라면 깠던 그 시절엔 사실 대충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고 열심히만 해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것이 달라졌다. 오히려 위로 갈수록 팀원들을 무서워해야 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 반성해야 한다. 말을 줄이고 직원의 말을 듣는 커뮤니케이션에 시간을 써야 한다. 그들은 이끌어야 할 사람들임과 동시에 추진력을 줄 수 있는 디딤돌이다. 가족도 알지 못하는 세세한 개인적인 성향을 다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 생각해보면 무서워해야 할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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