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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진 NOW ]
  • 입력 2017.01.02 07:01

다시보는 유진무한 행동문화 #9

우리는 고객과 주주, 시장과의 약속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난 2015년 유진에버를 통해서 총 12편의 유진무한 행동문화를 살펴봤습니다.

유진에버에서는 2017년을 맞이해 새롭고 다양한 사례와 함께 '다시보는 유진무한 행동문화'를 연재하고자 합니다.
 

<9> 우리는 고객과 주주, 시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기업은 일시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한이 있어도 활발한 소통을 통해 고객을 팬으로 만들어야 한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가 최근 필자와 만나 한 말이다. 그에 따르면 인터넷의 등장으로 정보 유통이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 기업이 불공정한 방법으로 이익을 창출한다는 말이 나오면 소비자로부터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소비자는 이제 커피 한 잔을 마셔도 공정한 유통 과정을 거쳤는지를 따지게 된다”며 “소비자의 소비 행위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향후 기업들의 과제”라고 말했다.

로열티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분야나 업종을 불문한다. 한 번 소비자에게 낙인을 찍혔다가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 미국의 에너지·물류 기업인 엔론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2001년 이전까지 건실한 성장을 이어갔다. 1986년 76억 달러 수준이던 매출은 2000년 1010억 달러까지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660조원으로 미국에서 7번째로 높았다. 미국의 경제지 포춘 지는 1996년에서 2001년까지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엔론을 선정하기도 했다.

<> 엔론과 피앤지의 경영 성과 차이는 고객 신뢰

이 회사는 2001년 3분기 6억1800만 달러의 손실이 났음을 공시했다. 이후 2억 달러 규모의 감자를 하겠다는 발표해 미국 거래소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그 동안 엔론이 올린 기록적인 매출 성장세와 이익 대부분은 회계조작의 산물이었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후 엔론의 주가는 하락세를 거듭했다. 한때 80달러에 이르던 1주당 주가는 1달러까지 하락했다. 잇따른 합병 시도로 회생을 꾀했지만, 숨겨진 부실이 추가로 드러나면서 무산됐다. 엔론은 2002년 뉴욕 법원에 파산 신청을 냈고, 회사는 역사에서 사라졌다. 엔론의 회장이었던 케네스 레이 회장과 CEO였던 제프리 스킬링은 각각 24년 4개월, 24년 형을 언도받았다.

세계적인 소비재 기업인 피앤지(P&G)는 엔론과 반대의 길을 걸었다. 이 회사는 1837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라는 작은 마을에서 출발했다. 제품이라고 해봐야 비누와 초가 전부였다. 180여 년이 지난 현재는 어떨까. 피앤지는 현재 전 세계 140여 개국에서 300여 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해 매출만 40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초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 배경에는 고객 제일주의와 윤리적인 기업이 되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 당장 돈이 되지 않아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윤리 경영을 사훈으로 내걸었다.

이 회사는 자사 고객이 더 좋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항상 고민했다. 각국의 어린이 보호를 위해 케어센터를 운영했다. 재난·사고 구호 활동에 대해서도 재량권을 부여하는 등 피앤지의 사회공헌 활동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덕분에 피앤지는 제품에 대한 고객 신뢰도가 재구매율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 소비재 기업 피앤지(P&G) <출처: 구글이미지>

중소기업이지만, 국내에도 고객과의 신뢰 구축을 통해 성장한 사례가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인 로컬모터스가 그 주인공이다. 이 회사는 2008년 설립된 후발주자다. 하지만 제품 개발 과정에서 소비자 의견을 적극 반영하면서 매년 고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김경준 대표는 “로컬모터스 차량 구매자들은 취향에 맞게 자신의 차를 변경하고 직접 조립할 수 있다”며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신뢰를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기농 전문 식품기업인 하인 셀레스티얼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유전자 조작 성분이 없다는 점을 적극 광고해 왔다. 이 같은 광고는 소비자들에게 비 유전자 조작 식품을 사용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했다. 하인 셀레스티얼이 매년 20%가 넘는 고성장을 이어올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소비자들뿐 아니라 주주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또한 기업의 영속성을 위해 중요하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9월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 입찰에 참여했다. 당시 현대차는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에 이 부지를 낙찰 받았다. 주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 입찰에 참여한 것은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는 주장이었다. 의사 결정의 불투명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한 현대·기아차 이사들이 정확한 입찰 가격을 알지 못하면서 만장일치로 부지 입찰 안건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현대차 투자자들은 앞 다퉈 현대차 주식을 매각했다. 부지 낙찰 이전에 45.7%였던 외국인 지분은 2014년 말 43.6%까지 떨어졌다. 낙찰 직전 23만원이던 주가도 한때 14만9000원까지 하락했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주주들과의 신뢰 구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엿볼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실제로 국내 기업은 그 동안 외국인 주주들과 적지 않은 분쟁을 겪었다.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하며 삼성과 기 싸움을 벌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지니지먼트가 대표적이다. 주주총회를 통한 표 대결 끝에 삼성이 승리하기는 했지만, 몇 개월 동안 삼성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그룹의 승계와도 직결됐기 때문이다.

<> 현대차그룹, 이사회 안에 투자자 권익 보호 위한 기구 마련 왜?

2003년에는 SK그룹을 상대로 소버린자산운용의 파상 공격이 시작됐다.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소버린은 당시 최태원 SK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법정 공방을 벌였다. 이밖에도 KT&G는 영국계 펀드 TCI, 미국계 칼 아이칸 등과 경영권 분쟁을 겪었고, 포스코 역시 해외 기업이자 주주들로부터 적대적 M&A 위협에 시달리기도 했다.

물론 국내 기업과 갈등을 겪었던 이들 헤지펀드의 성격이 다 같은 것은 아니다.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고, 주가가 오르자 일부는 지분을 팔아 큰 차익을 남겼다. 반면 적대적 M&A를 당한 기업들은 경영권 분쟁의 후유증을 극복하느라 한 동안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불투명한 경영으로 주주들의 ‘팬심’을 잡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대차그룹이 뒤늦게나마 주주들과의 소통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15년 3월 국내외 투자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회사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안에 투자자 권익보호를 위한 기구와 절차를 마련했다. 국내 대기업 중에서 이사회 안에 투자자 권익 보호 장치를 마련한 것도 현대차그룹이 처음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그 동안 시장과 주주의 요구에 귀를 막던 현대차가 투자자들의 목소리에 반응하기 시작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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