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가족의 두 번째 여름

동양 이유미

불과 작년 2월의 일이었다.

불쑥 주먹만 한 작은 얼굴이 내 빰에 닿았던 그 순간 그리고 큰일이 시작되었다는 묘한 무게감.

우리 아들 서준이의 탄생은 그렇게 마흔두 살 나의 인생 중 슈퍼 울트라 급 이벤트로 찾아왔다.

얼마나 기다렸고 기대했던 일이었던가.

그렇게 설레던 감동은 본격적인 육아노동으로 뒤죽박죽되며, 어느덧 엄마라는 타이틀을 무던히 감당하게 되었다.

처음 맞이했던 여름, 유난히 맑은 눈동자로 말을 거는 서준이는 6개월이 되었다.

여름보다 뜨거웠던 아들과의 사투는 예상대로 벅찬 행복이었지만, 예상보다 힘들었던 일상의 수고가 벅차기도 했다. 그렇게 첫 여름은 우리 둘 사이의 뜨거운 온도를 이기지 못하고 지나갔다.


“정말 신기해”라는 말을 수업이 하게 되는 지금, 어느덧 사람처럼 행동하는 녀석을 보며 여유 있는 미소를 짓는다. 엄마 미소, 아빠 미소 지으며 마주한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드디어 올여름 첫 물놀이를 계획했다. 아이처럼 들뜰 수 있는 건 함께 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바래진 기억과 감성이 다시 순수한 오락을 만난 기분도 크다. 강릉 바다의 부러지는 파도, 부드러운 모래알의 반짝임, 워터파크의 따스한 물놀이와 잠수. 강원도에서의 1박2일 동안 도치 가족은 열심히 헤엄치고, 걸었다. 쫑쫑한 걸음으로 함께 걷고, 뚜띠띠 언어로 대화를 한다. 내 손을 잡아 이끄는 아이의 작은 손이 얼마나 따뜻한지 더운지도 모른다.

사실 난 여행의 경험이 적은 터라 기대감 또한 크지 않은 편이다. 좋은 누군가와 함께이기에 행복한 시간들이 내겐 여행이다. 지금은 꿈과 현실을 구분하는 중년의 나이가 되었지만, 이 아이와 함께라면 바래진 꿈과 도전을 다시 반짝이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여름 도치 가족의 첫 물놀이 휴가는 최고였다!

이번 우리 가족의 첫 여름휴가는 짧고도 소박했지만, 그 어떤 여행보다 생생하게 기억될 것 같다. 고슴도치 아들 덕분에 귀여운 행복감이 넘쳤던 매 순간들… 아직은 이쁠 때(?)라는 특별한 시간이기에 허락된 엄마 도치의 도취감을 나는 만끽하고 싶다.

다음 해는 또 어떤 여름이 올까?
오늘도 나는, 떼쓰며 울며 잠든 꼬마 도치의 잠든 모습을 보며, 잠을 청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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